최태원 회장도 "샌드위치 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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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사진) SK 회장이 한국의 현주소를 "일본과 중국 사이에 꽉 낀 샌드위치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초청 연설에서다.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건희 삼성 회장과 똑같은 진단을 한 것이다. 이 회장은 올 1월 말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간다.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라고 말했다. 기술과 품질에 있어 우리가 일본 제품은 따라잡지 못하는데 중국은 추격해 오는 상황을 '샌드위치'에 비유한 얘기였다.

최 회장은 "중국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SK는 중국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사업 노하우를 쌓았다"며 "중국은 불확실성으로 미국 기업조차 접근하기 어려워 SK가 (중국과 미국 간)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3~2005년 외국계 펀드인 소버린의 경영권 공격을 받았던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대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활동하는 장하성 펀드에 대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시장 원리에 입각해 장하성 펀드를 해석했다. 최 회장은 "펀드니까 돈을 벌고 싶을 것이고, 돈을 벌 확률이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에게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 주가가 올라가고 좋다"고 말했다. 다음은 취재진과의 일문일답 요지.

-두바이에 갔다 온 소감은.

"두바이는 아랍권에서 벗어난 국제적 도시가 됐다. 싱가포르가 동남아, 홍콩이 중국의 관문 역할을 해 주는 것처럼 두바이도 아랍을 세상으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할 것 같다."

-집중 투자해 온 중국에 버블 논란이 있는데.

"중국은 상당 기간 성장 여력과 발판을 만들어 왔다. 버블이 쌓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 인프라에 투자해야만 하는 일들이 일어나니까 SK는 부동산.유통 같은 분야보다 인프라 분야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경련 회장에 출마할 계획이 있나.

"전경련에서 젊은 사람이라고 하는 게 내가 아니라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알고 있지 않으냐."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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