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마스는 내게 맡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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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러시아가 중동에서 외교 강국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중동문제의 핵심인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중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유엔과 함께 중동 평화협상을 중재하는 4개 당사자 가운데 한 축을 맡아 평화 중재자로서 외교적 주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달 25일부터 사흘 동안 모스크바를 방문한 팔레스타인 정파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칼리드 마샬을 맞았다. 하마스는 이달 초 친서방 성향의 파타당과 새 내각을 공동 구성키로 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순방외교에 나섰다. 그런 하마스가 맨 먼저 찾은 곳이 모스크바였다는 점에 러시아는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러시아는 중동평화 중재자 가운데 유일하게 하마스와 대화 창구를 유지하고 있어 유리한 입장이다.

마샬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비롯한 러시아 외교 책임자들을 면담한 뒤 "중동평화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며 "EU와 유엔은 모스크바의 입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러시아를 치켜세웠다. 이에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인적.물적 교류와 금융 거래 등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봉쇄 조치를 해제하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마샬의 러시아 방문에 맞춰 이스라엘은 부총리 겸 전략문제 담당 장관인 아비그도르 리베르만을 모스크바로 파견해 견제에 나섰다. 이-팔 사태의 당사국 고위 당국자가 모스크바에 모두 모인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달 중순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요르단 등 친미 성향의 이슬람 국가들을 잇따라 방문해 협력 기반을 다졌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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