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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혼다 소이치로(본전종일랑) 혼다그룹 회장은 늘 상처 투성이인 자신의 손을 「보물단지」라고 자랑했다. 지난 8월초 별세한 그는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의 하나인 혼다 창업자로서뿐만 아니라 일본 엔지니어의 표상으로도 유명했다.
그는 언젠가 자신의 손을 그림으로 그려 보인 일이 있다. 망치로 내려쳐 다친 수 없는 흉터,네번이나 빠진 손톱. 흉하기 이를데 없는 몽당손이었다. 「손의 철학」으로부터 혼다신화를 창조해낸 그는 자신의 손을 가리켜 『쉴새없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탐구의 손』이라고 술회했다. 장인정신으로 평생을 일관한 그는 명예나 물욕에 전혀 연연하지 않았다. 66세때 사장자리를 젊은 후진에게 넘겨주었고,「관에 의지하지 말라」는 사훈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일생동안 오직 자동차에만 몰두했다.
일본 기업들에는 한 기술분야에서 30∼40년씩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우물을 파도 한우물을 파라」는 철저한 장인정신의 구현이다. 부장이상의 관리직으로 승진해도 오후가 되면 작업복을 입고 현장에 나가 플레잉 매니저로 직원들과 함께 신제품 기술개발에 몰두한다.
일본인들의 쇼쿠닌 가타키(직인기질)에는 「대물림 철학」이 철저하다. 4대째 때를 물려 센베이(강정) 장사를 하는 집안이나 수백년째 헌책방·생선가게·식당·이발소를 같은 장소에서 계속하는 대물림 가게들이 아직도 많다. 지금도 동경 신전거리 헌책방가에는 1백년이 넘는 대물림 책방이 수두룩하다.
우리는 기술직도 승진해 관리자가 되면 현장업무를 손떼기가 일쑤고 대물림 가업같은 것도 신분상승을 노려 쉽게 단절해 버린다. 반면 일본인들은 기술뿐만 아니라 상업·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장인기질을 미련스러울 정도로 고집한다. 바로 오늘의 일본경제 발전과 기술개발의 밑거름인 것이다.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이 지난 7일 「91명장」 41명을 선정,발표했다. 올해부터 처음 실시되는 제도다. 산업현장에 20년이상 근속한 사람 가운데 최고기능을 보유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고집스럽고 올곧은 심성의 장인정신이 널리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이은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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