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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 다양해지는 히로뽕/검거된 밀조단의 수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감기약으로도 똑같은 성분 제조/약국서 대량구입 쉬워 단속 “막막”
부산경찰청 특수강력수사대에 검거된 히로뽕 밀조단 6명은 기관지 확장제로 약품 도매상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DL 에페드린이란 새로운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이 조제용 약품도 다른 마약류와 마찬가지로 유통과정에서 구입자의 신원을 의무적으로 확인,기록하는 등의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종전에 밀조범들이 원료로 사용하던 염산에 페드린은 의약용으로 제약회사외에는 수입·취급이 금지돼 밀조용은 전량 대만·동남아 등지로부터의 밀수에 의존했으나 당국의 단속강화로 거의 반입이 끊긴 상태. 그러나 DL 에페드린은 시중 약국에서 감기환자 등에게 기관지확장제로 복용약 조제에 흔히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의약품 도매상 등에서 얼마든지 대량구입이 가능해 또다시 히로뽕 대량밀조의 길이 열린 셈이다.
이번에 검거된 밀조단이 새로운 원료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충남 서산군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총책 윤찬구씨(29)가 「DL에페드린의 성분이 염산 에페드린과 거의 같고 히로뽕을 만들었을 때 그 효과가 똑같다」는 사실에 착안,경험이 풍부한 밀조기술자 김진국씨(61·전과6범)와 손잡고 히로뽕을 제조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윤씨가 약사를 고용,약국을 경영하고는 있지만 각종 약품의 성분·효능을 잘알고 있는데다 밀조전과 6범으로 평생을 히로뽕제조로 살아온 김씨의 기술이 뛰어나 염산에페드린보다 1∼2가지 과정만 더 거치면 되는 새로운 제조방법을 개발하기엔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 히로뽕 밀조기술자들은 89년 6월 당시 국내 최대의 히로뽕 제조·판매조직이었던 최재도씨(57·복역중) 일당이 검찰에 구속된데 이어 2개월 뒤에는 동남아일대의 히로뽕 밀매조직으로부터 사상최대인 염산에페드린 1천5백20㎏을 항공편으로 국내로 밀반입한 차영수·인수형제마저 구속되자 원료를 구하지 못해 대규모로 히로뽕을 제조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새로운 대체원료를 발견해낸 윤씨는 히로뽕 밀조조직의 이같은 고민을 노려 지난해 6월 히로뽕거래가 가장 활발한 부산에서 20여일간 수소문끝에 마약계의 거목으로 알려진 이영화(49·전과 20범)·김영근(53·전과6범)씨와 접선,약사라고 속인후 DL에페드린으로 히로뽕을 제조하자고 제의하자 그러잖아도 원료를 구하지 못해 한탕에 굶주려있던 이·김씨가 윤씨를 받아들여 함께 손잡았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살아있는 국내 최고 히로뽕 제조 기술자로 히로뽕 제조의 대부인 김진국씨와 접선,선금 5천만원과 이익금을 절반씩 나눈다는 조건으로 끌어들였다.
경남 양산군 독립가옥을 빌려 비밀공장을 차린 이들은 윤씨가 구해온 DL에페드린 1㎏을 주원료로해 클로로포름·DH에텔·G오닐 등을 혼합,히로뽕을 시험삼아 제조한 결과 염산에페드린을 사용해 만든 히로뽕과 너무나 똑같은데 서로 놀라 부둥켜안고 환성까지 질렀다는 것이다.
시험제조 성공으로 자신을 얻은 이들은 본격적인 제조에 들어가 김해·양산·울산 등지로 옮겨가며 히로뽕을 제조,판매책인 유병석씨(29·전과3범)를 통해 도심지 유흥업소는 물론 농민,심지어 택시·버스운전기사들에게까지도 판매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 때문에 경찰은 김씨 이외의 다른 밀조기술자들도 이미 이같은 방법을 익혀 히로뽕을 제조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D,J제약 등 국내 5개 제약회사에서 자체 생산되고 있는 DL에페드린은 전국에 있는 수백곳의 의약품 도매상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 사실상 유통경로·사용처를 추적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약품외에 에페드린계의 다른 약품들도 히로뽕 원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고 부산경찰청 안임호 강력과장(총경)은 지적하고 있다.<부산=조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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