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 살인 난투극/광주­목포파 20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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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도심 호텔앞 큰길서 맞붙어/유흥업소 이권놓고 격돌/「단속령」 무색/도끼·생선회칼 난무/입원 치료받던 폭력배는 경찰 오기전에 달아나/서초서 “술값시비 우발사건” 상부에 축소 보고
범죄와의 전쟁 1주년을 앞두고 조직폭력배 일제단속령이 내려진 가운데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낫·도끼·생선회칼을 든 조직폭력배 20여명이 세력다툼을 위한 집단난투극을 벌여 1명이 칼에 찔려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또한 난투극중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치료중이던 조직폭력배 1명은 경찰의 감시를 피해 달아났으며 관할 서초경찰서는 이 사건을 술값시비끝에 일어난 우발적인 단순살인사건으로 상부에 보고,사건을 축소하려해 말썽을 빚고 있다.
◇발생=7일 0시50분쯤 서울 반포4동 팔레스호텔앞 큰길에서 이 일대 유흥업소 이권을 장악하고 있는 신흥조직 폭력배 광주파 행동대원 8명과 원정온 목포파 행동대원 12명 등 20명이 난투극을 벌인 끝에 광주파 최창호씨(27·무직·경기도 고양군 원당읍 식시5리)가 목포파 박진수씨(25·무직·서울 논현동)가 휘두른 생선회칼에 오른쪽 옆구리를 찔려 숨졌다.
또 목포파 신영균(34)·편상범(23)·유영한(28)씨 등 3명이 광주파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등을 찔려 중상을 입고 신씨는 강남 성모병원에서,편씨는 영동세브란스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난투극은 나이트클럽에서 술을 마시던 신씨등 목포파 일행 4명이 술값관계로 클럽마담 조모씨(28)와 시비를 벌이던중 이 클럽에서 함께 술을 마신뒤 따라나오던 광주파 장원섭씨(45)등과 시비가 붙으며 일어났다.
신씨등은 바로 동료인 박진수씨등 4명을 불렀으며 상대편인 광주파 장씨 일행도 숨진 최창호씨 등 6명을 불러내 집단난투극이 벌어졌다.
광주파는 준비한 낫·손도끼·생선회칼·곡괭이자루 등을 사용,목포파 일행과 30여분간 대로에서 집단칼부림을 벌인끝에 최씨가 칼에 찔려 숨졌다.
난투극직후 광주파 신씨등은 광주에 연락,양진호씨(26)등 동료 4명을 급히 상경케 했으나 모두 경찰에 붙잡혔다.
◇입원후 도주=중상을 입은 목포파 유영한씨는 시내 한국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경찰이 들이닥치기 직전 도주했다.
◇배경=이날 편싸움은 강남유흥업소를 장악하고 있던 김태촌씨가 구속된후 광주파가 장악하고 있던 나이트클럽에 목포파가 세력 확장을 꾀하자 광주파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해 난투극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광주파는 미리 낫·도끼 등을 준비,세력에 도전하는 목포파에 대한 범행을 준비해 왔다는 것이다.
◇수사=경찰은 목포파 신영균씨 등 9명과 숨진 최씨측 광주파 2명의 신병을 확보했으며 다른 8명을 긴급 수배했다.
경찰은 달아난 광주파 방진용씨가 준비한 것으로 밝혀진 낫 1개,도끼 3자루,곡괭이자루 1개 등을 호텔 건너편 개천에서 찾아내 증거품으로 확보했다.
◇영안실 주변=숨진 최씨의 시체가 안치된 서울 강남시립병원 영안실 주변에는 7일 밤새 검은색 그랜저승용차를 타고온 5∼6명의 건장한 20대 청년들이 무선전화기등을 들고 경비를 섰으며 최씨의 4촌형 최모씨(40)등 유족들은 『입을 열면 우리 생명이 위태롭다』며 진술을 기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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