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지난해 자폭 공격 127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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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과 알카에다가 돌아오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주도하는 3만여 명의 다국적군이 주둔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최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2001년 10월 미국이 주도한 전쟁으로 오사마 빈라덴의 알카에다 조직을 비호하던 탈레반 정권이 붕괴했지만 그 잔당의 활동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저항세력이 연일 자폭.게릴라 공격을 가하면서 다국적군은 계속 고전하고 있다. 수도 카불에서 파키스탄 접경지대인 동남부로 피신했던 탈레반은 최근 세력을 회복해 카불 인근까지 진출하고 있다. 2006년에만 127건의 자폭 공격이 발생해 다국적군 200여 명을 포함한 4000여 명이 사망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선 나토 소속의 국제안보지원군(ISAF)이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과 함께 안정화 작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영토가 넓은 데다 탈레반이 소규모 게릴라 전술로 맞서고 있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탈레반 지도자 중 한 명인 물라 하야툴라 칸은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눈이 녹으면 2000여 명의 자폭 공격조가 미군과 외국군을 공격할 것"이라며 "올해는 외국군에 최악의 유혈 참사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춘계 대공세를 예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3200명 늘리기로 했으며, 이라크 철군을 선언한 영국군도 아프가니스탄에만은 1400명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 아프가니스탄이 갈수록 수렁에 빠져들고 있음을 잘 나타내는 대목이다.

문제는 무장세력인 탈레반과 알카에다만이 아니다.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이끄는 전후 안정화 작업에 실망한 아프간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범아랍 일간 알하야트는 "한때 탈레반에 등을 돌렸던 사람들이 다시 친탈레반 성향으로 돌아서 직접 무장단체에 가입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새 정부를 이끄는 관료조직과 경찰의 부패도 문제다. 한때 근절됐던 양귀비 재배가 최근 다시 성행하면서 이익 분배를 둘러싸고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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