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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차 굉음 에 "귀 막고 수업"|인천교육환경 이것이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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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인천=김정배 기자】경인선을 달리는 전동차가 통과할 때마다 바람을 가르는 굉음과 덜컹거리는 바퀴 진동음이 고막을 찢는다.
훈화를 하시던 교장선생님은 전동차가 꼬리를 감출 때까지 훈화를 멈추고, 2천7백여명의 학생들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마치 사열을 받는 병사들처럼 고개를 돌려 학교 울타리 밖 선로를 달리는 전동차를 멀거니 쳐다보며 서있다.
7일 오전 8시30분, 전철1호선 경인선과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있는 인천시 간석4동 주원초교(교장 이득우·64)의 아침조회 풍경. 47학급 2천7백75명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78년 11월 개교이래 13년째 전동차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6∼8분 간격으로 경인선 상·하행선을 오가는 전동차의 하루평균 운행횟수는 총 3백14회. 전동차가 바람을 가르며 통과할 때마다 발생하는 뽀얀 먼지가 울타리를 넘어 학교로 날아드는 바람에 교정은 온통 먼지투성이다.
『소음과 번지 때문에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창문을 꼭꼭 닫고 수업을 해야합니다.』
『45분 수업도중 5∼6차례씩 전동차가 통과할 때마다 소리가 잘 안 들려 학생들은 책을 읽다 멈추어야하고 선생님도 설명을 중단해야 합니다.』
『전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신경질적으로 귀를 틀어막거나 깜짝깜짝 놀라는 등 노이로제증세를 보이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학교측은 육성회(회장 박인균)를 중심으로 90년 1월초 교통부·철도청 등 관계기관에 방음벽 설치를 진정했으나 철도청은 90년 9월 길이 1백25m, 높이 2.5m 규모 블록 담 방음벽을 형식적으로 설치했을 뿐이다.
학교측이 최근 측정한 소음도는 3층 70㏈, 4층 81㏈, 운동장 74㏈ 등으로 모두 기준치(50㏈)를 훨씬 웃돌고있다. 학교측은 전동차 소음을 다소라도 차단하기 위해 유리창을 철제 2중창으로 교체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내 초·중·고교 중 경인전철·도로변 등에 위치, 소음도가 허용기준치를 초과하는 학교는 전체학교의 14%인 29개교. 인천시교육청의 측정결과 이들 학교의 소음도는 64∼110㏈에 이르고 있다.
미원초교 외에 경인선로 변에 위치한 부개서초교, 인천여고 등의 전철운행시 교사·운동장 소음도는 75∼77㏈.
특히 인천여고(교장 민혜식·전동1)는 1, 2학년 (1천1백명) 교실과 과학실·음악실·특별실 등이 위치한 별관이 경인전철과 인접해 교사·학생들이 극심한 소음으로 곤욕을 치르고있다.
그러나 철도청은 89, 90년 2년 사이 이들 2개교 변에 블록 담쌓기로 방음벽설치 시늉만 했다.
예산부족으로 방음벽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철도청의 변명이다.
1930년 개교한 만수초교 (교장 최석진) 학생·교사들도 80년초 학교 옆에 인천∼수원을 잇는 8차선 도로가 개설되면서 이 도로를 통과하는 하루 8만∼10만대 차량소음으로 진통을 겪고있다.
김영주 교감(51)은 『교직원·학생 2천8백40여명이 대형트럭들의 경적 등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며 『인천시·토개공·경찰 등에 대책을 호소했으나 반응이 없다』고 불평했다.
소음도가 80㏈이상이면 신경질·불쾌감을 주고 이같은 소음도가 계속될 경우 노이로제 증상까지 유발시킨다는 것이 환경전문가들의 설명.
그러나 철도청 측은 경인선은 물론 전국철도 변에 위치한 각급 학교가 방음벽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예산부족으로 이를 일시에 반영하기가 불가능한 실정이어서 인천지역은 93년 경인전철복선화사업을 시작하면서 방음벽 설치 등을 병행한다는 계획만을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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