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군대는 민주사회가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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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민을 외적으로부터 지킨다는 명분아래 강력해지는 이 조직을 국민이 어떻게 지켜야할 것인가. 오늘날 각국은 그 사회에 알맞은 새로운 군사제도의 존재양식을 마련하는데 심각한 고심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소련군대의 탱크가 모스크바로 밀어 닥쳤다가 되돌아 간 사건은 각국마다 비록 그 체제는 달라도 그들의 민군 관계를 새삼스럽게 평가할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민군 관계의 변화와 발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20세기에 보편화된 직업주의 군대조직의 성격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첫째 군대의 권위와 명령질서가 옛날의 권위주의적인, 또는 외인부대적인 형식으로부터 이제는 합법적인 기반 위에서 새로운 조정과 설득, 그리고 구체적인 절차는 없지만 집단적인 합의라는 차원으로까지 변하고 있다.
둘째 이제는 군과 민간엘리트 사이의 기술적 차이가 극히 감소되고 있다.
셋째 군대의 사회적 충원이 국민의 각계각층으로 확대돼 군의 배타적인 특권과 문화도 이룩하기가 힘들게 됐다.
넷째 과학의 발달과 군대관리기술의 발달로 군대의 엘리트는 반드시 야전 지휘관 출신의 정통적인 경력 외에 전자·통신·항공 같은 특수한 경력을 가진 지휘관이 점차로 많이 참여해 군대의 새로운 혁신이 보다 합리적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다섯째로 오늘날의 군대는 오히려 정치적인 사상주입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특히 대공전선에서는 민주주의의 생활양식을 지키기 위해 그 이념적인 교육이 더욱 필요해졌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변화는 오늘날 군인의 의식구조를 급속히 바꾸어 놓았다. 군인엘리트는 그 국가와 사회 속에서 무력사용의 독점권을 행사하는 존재로부터 건전한 시민의 공인자격으로 군사적 기능만을 담당하는 역군이 되어 가고 있다. 그리하여 군은 민간화·민주화·교화되면서 산업화사회에서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민주사회에서의 민군 관계는 당연히 사회민주화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즉 민주주의가 번영하는 사회에서 비민주적 군대가 있을 수 없으며 비민주적 풍토에서 민주적인 군대의식 또한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군대는 두가지 상반된 요청, 즉 기능적 요청과 사회적 요청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기능적 요청은 가장 효율적인 막강한 군대가 되어달라는 것이고 사회적 요청은 민주국가의 군대로서 군대생활에서 민주적 가치를 실현시켜야 되겠다는 것이다. 군령을 세우려니 비민주적이요, 민주식으로 해보니 군기가 서지 않는다.
이러한 시대상황과 상반된 요청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사회에 바람직한 군대문화의 정립이 필요하게 되었다. 먼저 군의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하며 그 기반 위에서 사회적인 요청과 기능적인 요청이 조화된 군대집단이 형성돼야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제 43세 불혹의 장년이 된 우리의 국군을 새로운 시각에서 봐야할 것이다.【이동희<오성연구소소장·전 육사 교수·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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