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성용'아버지의 이름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기성용(右)과 아버지 기영옥씨가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구리=정영재 기자]

축구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통합 관리하는 핌 베어벡 감독과 홍명보 코치가 24일 프로축구 FC 서울의 훈련장인 경기도 구리 챔피언스파크를 찾았다. FC 서울과 고려대의 연습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후반 기성용(18)이 FC 서울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투입됐다. 양 팀 통틀어 키가 가장 큰 그는 성큼성큼 뛰어다니며 공격과 수비에 부지런히 가담했다. 특히 양 측면으로 길게 날려주는 크로스패스는 일품이었다. 나이에 비해 볼을 참 쉽게 찬다는 느낌을 줬다. 베어벡 감독과 홍 코치가 기성용의 플레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기성용은 28일 수원에서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2차예선 예멘전 멤버로 뽑혀 25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했다. 1985년생(22세)이 주력인 올림픽팀에서 그는 가장 어린 89년생이다.

기성용은 2001년 순천중앙초 6학년 때 차범근축구상 대상을 받았다. 중학교 1년을 마치고 호주로 유학, 브리즈번에 있는 'BSP 축구학교'에 들어갔다. 현역 때 '그라운드의 여우'라는 애칭을 들었던 김판근(42)씨가 운영하는 이곳에서 기성용은 기본기를 다졌다. 지난해 FC 서울에 입단했고, '얼짱 스타'로 그라운드 밖에서는 이미 유명세를 탔다.

기성용의 부친은 '호남 축구의 대부' 기영옥(50.광양제철고 체육교사)씨다. 기씨는 금호고 감독 시절 김태영.윤정환.고종수를, 광양제철고에서는 김영광.안태은 등 국가대표를 길러냈다. 기씨는 "성용이가 나(1m83cm)를 닮아 체격(1m88cm, 78kg)이 좋지만 아직 유연성이 부족하다. 체력보다는 기술로 승부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팀의 막내로서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백지훈(22.수원), 오장은(22.울산) 등이 버티고 있는 올림픽팀에서 그가 금방 주전으로 나서기는 어렵다. 하지만 꾸준히 성장한다면 대형 미드필더가 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대표팀의 수비형 미드필더 파트리크 비에라(1m92cm)를 좋아한다는 그에게 '한국의 비에라'라는 별명이 어울릴 날이 올 것 같다.

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