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점상 잠실이 제일 짭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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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송파구에서 가로판매대를 운영하는 노점상 A씨(59). 한 평 정도밖에 안 되는 부스 안에 하루 종일 앉아 행인들에게 담배와 음료수.껌 등을 판다. 1989년 노점상을 시작한 그의 재산은 얼마일까. 공시가만 각각 7억원, 4억원인 집을 두 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최근 시내 길거리의 가로판매대.구두수선대.교통카드판매대 등 노점상 운영자 3625명(389명은 재산 조회 거부)의 재산 현황을 조사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의 노점운영 허가 기간이 올해 말로 끝나 운영 자격 기준 등을 새롭게 마련하기 위해서다.

◆80년대부터 노점상 양성화=재산 조회에 동의한 노점상 중 51%가 자기 집(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을 한 채 이상 가지고 있다. 집이 두 채인 사람도 116명(4%)이나 된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인 6억원(공시가격 기준) 이상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28명이었다. 이 중 7명은 보유 부동산이 10억원이 넘는다.

서울시는 노점상 중에서 이번 재산 조회에 동의하지 않은 389명 중 상당수가 적지 않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시가 80~90년대 불법 노점상을 정비하면서 운영권을 합법화한 뒤 계속 이를 보장해 줬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간 임대료는 14만~51만8000원에 불과하지만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은 십수 년간 한 달에 1000만원 이상의 순익을 올리는 곳이 생기면서 나타난 현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기초생활수급자(23곳), 국가 유공자(68곳), 장애인(645곳) 등이 운영하는 곳은 전체의 2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6억원 이상 부동산 보유 노점상'이 있는 곳은 잠실역 주변 등 송파구가 10곳으로 가장 많다. 송파구 전체 노점상 147곳의 7%에 해당한다. 다음으로는 강동.종로.중구에 3곳씩 있다. 또 서초.동대문구에 2곳, 강남.동작.광진.노원구.용산구.서대문구에 각각 한 곳씩이다.

◆노점상 허가, 앞으로 어떻게=서울시는 노점상들에 대한 개별 심사를 거쳐 올 연말에 갱신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이 있는 사람들은 허가 갱신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운영권을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독립유공자 등에게 주기 위해 관련 조례를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도시 미관, 시민 보행 편의를 위해 가판대를 해마다 줄여나갈 계획이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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