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하는 중·러 … 낄 틈 없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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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러시아가 주최하는 '중국의 해' 행사가 26일 모스크바에서 시작됐다. 다음달 하순의 정식 개막식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이 직접 참석한다. 이후 11월 폐막 때까지 약 200개의 크고 작은 회의와 행사가 이어진다. 지난해 중국에서 치러진 '러시아의 해' 행사보다 규모가 크다. 미.일 동맹에 대응하기 위해 두 나라가 전략적으로 밀착하는 것이다. 백준기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주변국들은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하는데 한국만 그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있다가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중.러 3년간 정상회담만 7차례=두 나라가 번갈아 가며 '상대국의 해' 행사를 주관하는 것은 대단한 진전이다. 올해 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후 주석은 정상회담을 열고 전략적 관계를 다시 한번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폐막식에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참석해 푸틴 대통령과 또 회담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푸틴 대통령이 중국의 '러시아의 해' 행사에 참석했을 때도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푸틴은 "양국 간 긴밀한 동반자 관계가 국제질서와 국제관계에서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나라는 2005년 네 차례, 2006년 한 차례, 올해 두 차례 등 최근 3년간 모두 7번 정상급 회담을 하게 된다. 국제외교사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문화 공유에서 우주.핵 개발까지 협력=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는 25일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앤드루 쿠친스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올해 중.러 우호행사와 정상회담에서는 이미 양국이 합의한 우주 공동 개발은 물론 핵무기와 대륙 간 탄도미사일 기술 협력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국은 2년 전 총리회담에서 2012년 달 탐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우주개발을 위한 협조도 아끼지 않기로 합의했었다. 지난해 '러시아의 해'에서 양국 정상은 15건의 공동 문건에 서명했으며 정치.경제.군사.교육.문화.체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의와 협력을 다지는 다양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미.일 동맹에 공동 대응=지난해 '러시아의 해' 행사에 즈음해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중국 인민일보(人民日報) 기고문을 통해 "두 나라는 공동의 군사적 목표와 의무가 있기 때문에 협력이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의 군사협력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2005년 말 미국이 대서양에 있던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9척 가운데 4척을 일본과 가까운 태평양 연안으로 옮긴 뒤 중.러 간 군사협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앳 스콧 타이슨 군사전문기자는 "동북아에서 미.일 동맹과 중.러 제휴가 맞서는 형국이며, 이는 앞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상황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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