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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관리국 행정 능력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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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 수용시설의 참사로 인해 만연화돼 있는 불법체류자 문제와 담당 공무원들의 실수가 다시 문제가 됐다. 우리나라가 21세기 이민시대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단면을 보여 준다.

세계화는 국제사회의 빈부격차를 극도로 심화시켰다. 많은 후진국 사람들은 불법으로라도 선진국에 들어가려 한다. 반면 합법적인 선진국 입국 문은 점점 더 좁아진다. 이 때문에 선진국으로 향한 불법이민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체류자에 대해선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있다. 노동행정을 어렵게 하고 사회 하부시설 유지 비용을 높이며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사람들이란 견해, 현지 문화.언어를 습득했고 여러 차별을 감수하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한 우리 이웃이란 견해다. 따라서 불법체류자 행정은 법치주의 원칙에 따른 '단속행정'과 사실상의 주민으로 간주해 관계를 맺는 '관계행정'이란 두 축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 급증하는 불법체류자를 단속한 결과 현재 19만 명 정도로 줄였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10년 가까이 장기체류하면서 한국 사회의 일부분이 된 외국인들이 있다. 그들 가운데는 한국 문화에 소속감이 생겨 귀국하면 정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시민.종교단체들은 이런 외국인들에 대해선 정부의 인도주의적인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외국인 단속 행정 시대는 지났다. 국제결혼 이주자처럼 우리와 함께 살아갈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통합 행정 시대가 됐다. 외국인과의 관계를 중시해야 하는 행정 시대가 온 것이다. 이를 잘하려면 단속행정보다 훨씬 더 많은 정부 행정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단속 강도만 높일 뿐 행정역량을 강화시키는 데는 소홀한 것 같다.

우선 세계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행정 분야의 하나인 출입국관리국이 증원돼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전문성이 제대로 보상받고 유지되도록 다각도로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 출입국관리국 공무원들은 여러 면에서 공무 집행력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불법체류 외국인의 인권보장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들을 다루는 공무원의 신체적 보호와 업무집행 지원 및 특별복지에 대해선 외면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는 외국 문화.관습에 대한 담당 공무원의 이해 정도가 인권 문제와 외교적 마찰로 비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슬람교도를 대할 때 지켜야 하는 사항, 여성 불법체류자를 취조할 때 주의 사항 등 문화적으로 차별화된 외국인 행정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생길 경우 외국인과 공무집행관 모두 보호받을 수 있다. 외국인들은 우리와 문화.관습이 다르므로 그들의 행동 가운데는 우리가 직관이나 경험으로 예상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있다. 따라서 출입국관리국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는 크다. 세계화의 가장 날카로운 칼날 앞에 있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그들의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내면 치유 복지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박화서 명지대 교수·산업대학원 이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