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회장 강남서 표밭 “노크”/14대국회 진입노리는 재계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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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쌍용 김채겸부회장 울산에 나설뜻 표명/중소기업인도 자천타천 출마설 줄이어
14대 국회의원선거가 임박해지면서 정치권 진입을 노리는 재계인사가 하나둘 나타나고있다.
광역의회선거 등으로 대기중이던 직업정치인들이 대거 흡수되자 재계인사들에 대한 정치권의 수요가 있으리라보고 중소기업인들까지도 자천·타천의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14대 출마를 추진하는 재계인사중 가장 지명도가 높은 사람은 이명박 현대건설회장.
이회장은 민자당으로부터 수서사건으로 구속된 이태섭 의원의 지역구인 강남을 출마를 권유받고 있는데 최근들어서는 강남지역 부녀자들을 모아놓고 식사대접을 하는등 이미 사실상의 선거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회장은 TV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의 자기 이미지를 부가시키기 위해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면 이 프로그램 출연진의 도움도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이회장은 출마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직 최종결정을 안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고 있는데 주변사람을 통해서는 『민선서울시장출마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을 내고있다.
쌍용그룹의 전문경영인으로 그룹총괄부회장과 양회회장직을 맡으면서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어온 김채겸 회장도 강력한 출마의사를 보이고 있다.
본인도 그같은 의지를 스스럼없이 밝히고 있고 쌍용그룹측도 이를 확인하고 있다.
김회장은 뇌물외유사건으로 민자당을 나간 박진구 의원의 지역구인 울산군에 출마할 예정인데 일본출장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사무실을 낼 계획이다.
다만 쌍용그룹측으로서는 김회장의 그룹내 역할이 너무 커 그의 출마를 내심 애석해 하고 있다.
재계거물중에는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의 출마설도 업계내에 상당히 퍼져 있지만 본인은 물론 기아그룹측은 한마디로 부인하고 있다.
심지어 『경쟁업체들의 악의에 찬 흑색선전』이라며 몇몇 기업을 거명,비난하고 있다.
봉명그룹 이세무 회장의 동생인 이승무 부회장(47)도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다.
경북 문경이 고향인 이부회장은 무소속으로 나가지는 않겠다』며 민자당공천을 강력히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남북무역대표인 신영국 현의원(민주계)과의 공천경합이 치열할 전망이다.
충북 청주출신인 임광토건의 임광수 회장(64)도 청원군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는데 회사측은 시인도 부인도 않는 자세.
기업인은 아니지만 업계인사로는 김은상 무역협회전무도 오래전부터 출마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해왔는데 민자당 사고지구당인 김해의 공천가능성을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동생인 김택기 동부애트나생명 사장도 출마설이 있으나 측근들은 『15대때쯤 나갈 생각』이라며 14대 출마설을 아직은 부인하고 있다.
이밖에 자천·타천으로 중소기업인들의 출마설도 업계에 퍼져있다.
출판협회장을 지낸 조동환 경기항공사장은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난 박재규 의원의 경남 진해­의창을,서정식 대원산업회장은 대구 중구의 분구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북 이리에서는 쌍방울그룹 계열 동일섬유사장을 맡고 있는 홍천섭 사장이 13대에 이어 14대에도 민자당으로 출마할 계획이다.
한편 야당공천을 희망하는 업계인물로는 박태영 전교보부사장,국종남 전세기상사사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경제계는 업계출신의 국회진출을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고 있으나 혹시 재계인물의 정계진출이 돈안쓰는 선거를 주장하는 재계의 입장에 역행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이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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