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까지 신입사원 채용 때 실무 영어회화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바뀌면서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영어 말하기 테스트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현대자동차.LG.SK텔레콤 등 주요 대기업들은 최근 사람을 뽑을 때 외국인과의 상담 등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영어 능력을 중시, 입사 전형에 영어 면접.영어 프리젠테이션 등 영어회화 능력을 테스트하는 과정을 많이 집어넣었다.
[그래픽=김민]
SK텔레콤 인사팀 관계자는 "TOEIC 자체는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도구로 적합하다고 볼 수 있지만 출제 방식이나 패턴 등이 정형화돼 있어 '요령'이 통한다는 게 문제"라며 "이에 따라 우리는 별도의 영어시험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은행 방식에 의해 객관식으로 출제되는 TOEIC은 응시 횟수가 늘어나면 성적도 따라 향상되는 추세가 뚜렷한데다 문제풀이에 요령이 상당히 작용하기 때문에 실제 응시자의 영어 실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는 것.
H어학원의 유명 TOEIC 강사 강모씨는 "최근 TOEIC 응시자가 예전에 비해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었다"면서 "응시 수요가 말하기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신학용 의원은 지난 1월 31일 국가공인 자격시험에 반영할 수 있는 영어시험에서 사실상 TOEIC을 제외시키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TOEIC이 평가하지 못하는 말하기 능력을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영어능력 검정시험이 등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OPIc(Oral Proficiency Interview-computer)가 바로 그것이다.
OPIc는 미국의 공인 언어능력평가기관 ACTFL의 면대면 인터뷰 방식 평가인 40년 역사의 OPI를 온라인 학습 전문기업인 크레듀가 컴퓨터 환경으로 재구성한 인터넷 기반의 영어말하기 능력평가 시험이다.
OPIc는 최근 삼성의 정기 어학능력 검정시험으로 채택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CJ그룹의 서울지역 신규채용 및 인사평가 시험으로 채택됐다. 오뚜기.신라호텔 등이 이미 OPIc를 영어능력 평가시험으로 도입했으며, 이와 더불어 많은 대기업들도 곧 도입할 예정이다.
OPIc를 도입한 크레듀의 김영순 대표는 "기업체 대상 마케팅에 주력해서 연내 100대 대기업을 OPIc 시험의 고객사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중시하는 최근 경향을 반영해 TOEIC도 지난해 12월 말하기(speaking)와 쓰기(writing) 평가 부문을 추가로 도입했다. 한국토익위윈회의 이지환 차장은 "말하기와 쓰기 평가부문 응시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에듀라인은 올해 하반기 비지니스 실무에 필요한 영어 쓰기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120년 역사의 영국 LCCI IQ를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 2월 24일 실시된 제1회 OPIc 정기시험에 응시한 이모(24)씨는 "영어회화 전문교육기관인 삼육외국어학원에서 집중적으로 시험준비를 했다"며 "진짜 제대로 된 영어실력으로 무장한 뒤 대기업에 입사해 세계를 무대로 마음껏 뛰고 싶다"고 말했다.
이무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