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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전시장 + 갤러리 '그림같은 생활'

중앙일보

입력

가구에는 시대 경향이 함축되어있다. 새로운 트렌드를 시험해보기에 건축은 그 규모가 크다. 상대적으로 가구는 신경향의 시험대에 올리기에 부담이 적다. 자연히 리빙트렌드는 가구가 선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안목 있는 소비자는 인테리어에 있어서 가구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물론 가구의 선택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이 인테리어의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소비자의 수준은 하루가 다르게 좀 더 고급을 지향한다. 문화적인 수요도 날로 다양해진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공급은 부족한 실정이다. 가구수입업체 디오리지날이 가구전시장에서 리빙갤러리로 새로운 도약을 하는 이유다.

디오리지날은 93년도에 국내 인테리어 시장에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소개했다. 당시 국내 인테리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클래식 스타일에 염증을 느낀 정연석회장. 역삼동에 사옥을 새로 짓고 새로 들일 가구를 고민할 때 입맛에 딱 맞는 것을 찾을 수 없었다. 때마침 해외출장에서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컨템포러리 스타일의 가구. 밀라노를 비롯한 해외의 상류층 시장에서는 이미 뜨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과 같이 새로운 것에 목마른 한국 소비자를 겨냥하면서 정회장의 디오리지날 가구사업은 이렇게 시작했다. 40여개로 대표되는 세계 유명 가구 브랜드 중 37개를 독점으로 수입하면서 우리나라의 리빙 트렌드를 바꾸었다. 15여 년이 지난 지금, 디오리지날은 다시 한번 새로운 공간 미학을 제안한다. 그림과 가구가 공존하는 리빙갤러리가 바로 그것이다.

"개인 공간에 그림을 들여놓는 것이 이젠 그리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가구 하나 사는 김에 침대 위에 걸어 둘 그림 하나 곁들이는 것이죠." 미술품 수집가이기도 한 정씨는 현재 활동하는 국내 화가들의 작품과 더불어 일본의 판화를 소개한다.

논현동 엠포리아타워에 위치한 디오리지날 리빙갤러리는 1,2층으로 구성되어있다. 1층 한 편엔 생활 자기들이 전시, 판매된다. 주로 일본 생활자기이다. "단지 개인취향으로 일본 자기를 들여놓은 것은 아닙니다. 일본은 지역에 따라 생활자기의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이죠."같은 빌딩 3,4층에 위차한 일식당에서 실제로 음식을 담는데 쓰이는 것들이다. 실용성을 증명한다. 일본 싸스마도예가 심수관 선생의 작품도 있다. 침대 및 테이블 등의 가구는 이탈리아와 스위스 디자이너 5인의 작품이며 구역별로 전시되어 있다. 이 중에는 디자인계의 아카데미상과 같은 독일의 IF상을 두 번씩이나 받은 작가들의 것도 포함되어 있다. 부루나이 왕궁 및 파리의 퐁피두 센터의 인테리어를 맡았던 윌리엄 사와야 같은 거장들의 작품이다.

디오리지날이 야심 차게 준비중인 것은 바로 경매. 이때까지 미술품 경매는 주로 그림 종목에 국한되었다. 그러다 보니 매니어층만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디오리지날 옥션은 가구, 미술품 및 그릇 등을 고루 다루는 "대중종합경매"를 꿈꾼다. 흔히 집안의 가구를 바꿀 때 쓰던 가구는 남을 주거나 버리는 수밖에 없다. 가치있는 가구는 순환되어야 한다. 경매는 그 순환을 위한 방법이다. 디오리지날은 경매를 하나의 생활문화로 정착시키고자 한다. "강남 지역은 주말에 가족들끼리 외출해서 놀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지요. 기껏해야 영화보고 밥 먹는 정도가 다입니다. 가볍게 차려입고 미술 경매 나들이가는 것이 어색하지 않도록, 열린 장소를 만들 것입니다." 기존의 경매참가비용은 10만 원선이었다. 경매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차 한잔, 혹은 식사를 선택해 천천히 즐기면서 관람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다.

경매 이외에도 정기적인 특별 전시회 및 패브릭 컬렉션도 곧 선보인다. 전문 큐레이터가 갤러리에 상주하며 작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계절에 맞는 리빙 컨셉트 구성을 도울 계획이다. 주말 오후, 2층 입구에 마련된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갤러리를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프리미엄 심준희기자 junes@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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