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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됐던 안보논의 공론화/“무조건 보안” 깨고 공개자세(국감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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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감한 핵관련문제 조목조목 추궁
27,28일 이틀간 계속된 국방위의 국방부 국감에선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른 북한의 핵사찰과 한반도 핵문제를 비롯,남북간 군축,향후 국방정책의 방향,통일후 군위상등 매우 민감하면서도 비중있는 사안들이 다뤄져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의원들은 소·동구공산주의 몰락과 동서냉전체제변화,남북유엔가입,북방정책의 진전등 안보환경변화의 변수들을 놓치지 않고 그에 대응한 우리측 자세의 변화여부를 짚어 비교적 알맹이 있는 질의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방부도 종래의 「무조건보안」틀을 깨고 이종구 장관의 답변·답변서,의원요구에 따른 제출자료를 통해 비교적 공개적인 자세를 보인 점이 돋보였다.
핵문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는 「시인도 부인도 않는다」는 미의 NCND정책과 우리정부의 기본방침에 따라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거론조차 금기시 돼 왔던 점에 비춰볼때 분명 진일보한 모습이었다.
구자춘·정석모·김성룡 의원(민자) 등은 북한의 핵무기개발과 관련,진행상황·대응책 등을 조목조목 질문했다.
특히 김의원은 문제의 사전답변을 끌어낸 질의계획서를 통해 『북한이 현재 갖고 있는 핵분열성물질인 플루토늄재처리시설의 위치와 규모,확보량을 확인했는가』『북한이 핵무장을 강행할 경우 이스라엘이 이라크원자로를 파괴한 바빌론작전 같은 선제공격이 핵보유국에 의해 감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하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 정부측의 견해를 타진했다.
정대철 의원(민주)은 질의차원을 넘어 북의 핵무장의도 등을 나름대로 분석한뒤 『고르바초프의 「방어전력정도만 보유한다」는 군축개념방향으로 정부도 군축협상에 나가는 것이 어떻겠느냐』『한반도 비핵지대화협상을 남북한당사자간 및 주변 4강국이 참여하는 「2+4회담」으로 추진하라』고 제안했다.
이장관은 직접 답변과 배포된 답변서를 통해 『북이 핵무기화할 수 있는 고순도 플루토늄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지 확인된바는 없다』고 전제,『93년께 핵재처리시설이 완공된다면 연간 50여㎏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장관은 『플루토늄 7∼8㎏은 일본에 투하됐던 원자폭탄 한개제조분량』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그 양이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장관은 『군축협상엔 상호신뢰구축이 전제돼야 한다』고 못박고 NCND정책에 대해선 『그 불확실성과 모호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전쟁억제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인만큼 이를 북한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장관은 『90년대 중반까지는 남북대결구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종합안보태세 견지방침을 밝히고 『그 이후 평화공존·통일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미래지향적 국방정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이밖에 통일 한국의 위상은 가·이수준의 세계 10위권 강국이 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주변 4국과 비교해선 상대적 열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그때의 안보위협요인으로 주변국의 세력균형 붕괴에 따른 분쟁·영토와 해양자원등 한정적 무력분쟁·내부위협 등을 꼽고 『모든 형태의 무력도발을 억제·격퇴시킬 수 있는 자주적 군사전략을 발전시킴과 동시,동반자적 한미안보관계를 유지하고 대주변국 세력균형정책을 추진해야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이장관은 일본의 군사대국화현상과 관련,『역내 전쟁억지력 강화등 긍정적 기여요소도 있는 반면 미군감축촉진·소의 극동군사력 증강·소­중­북간 군사협력관계강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한후 『그들의 군사력증강의 목적과 사용처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신중히 대처하겠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허남진기자>
◎겉돈 블랙리스트 공방/“추석끼여 조사못했다”에 여도 격분/증인채택 불발로 진상규명엔 한계
27일 열린 노동위의 부산지방노동청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은 금호상사에서 발견된 블랙리스트작성에 안기부등 권력기관의 관련성 여부를 집중 추궁,주목을 끌었다.
민자당의 이인제·김병룡 의원과 민주당의 이상수·장석화 의원 등은 이 점을 집중 추궁하고 부산노동청의 미온적인 조사태도를 질타했다.
그러나 이날의 국감은 이들 의원들의 집요한 공세에도 ▲증인채택의 불발 ▲권력기관에 대한 일개 지방노동청조사의 한계 ▲노동청의 무성의한 답변이 어우러져 아무 소득없이 끝났다.
특히 일개 지방노동청이 안기부같은 거대한 권력구조를 조사할 수는 애시당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던 점도 사건의 실체 규명을 할 수 없게한 주요 요인이었다.
「노동위감사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통설대로 여야의원들은 실상을 밝히려고 소나기성 질문을 퍼부었다.
이날 국감의 초점은 블랙리스트의 작성경위와 배후세력관련 여부.
첫 질문에 나선 장석화의원의 조사결과 추궁에 대해 이수부 부산노동청장은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노무관리협의회 모임에 연간 2∼3차례 참석한 일이 있다』고 일부 관련사실을 간접시인. 이 답변이 이날 국감의 유일한 소득이었다.
사건조사 실무책임자인 정필웅 북부지방노동사무소장은 『조사중간에 추석연휴가 끼여 있어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고 엉터리 답변을 해 의원들의 격분을 촉발했다.
여당의 이인제 의원 역시 『이사건은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며 『기관의 협조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므로 노동청이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가세.
그러나 정소장은 『기업체의 노무담당 직원이 운동권 대학생의 신상까지 파악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물어보지 않아 모르겠다』고 했고 이청장도 『리스트 사본조차 확보하지 못하고도 수사를 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추궁하자 『분량이 너무 많아 입수가 곤란하다』는등 앞뒤가 안맞는 답변으로 일관.
이에 여당의원들까지도 『그렇게 무성의한 답변이 어디 있느냐』고 격분.
그러나 노동부 본부감사에서도 증인채택,권력기관조사한계 등이 극복되지 않는한 진상규명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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