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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게임에 빠져" 빌 게이츠도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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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빌 게이츠(56.사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열 살짜리 큰딸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딸이 올해 컴퓨터 게임에 빠지기 시작한 탓이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황제로 불리는 그도 여느 부모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는 아내와 상의해 PC 게임 시간을 제한하기로 했다. 그가 허용하는 시간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평일은 하루 45분, 휴일은 한 시간이라고 한다. 숙제나 공부를 하기 위해 컴퓨터를 쓰는 시간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게이츠 회장은 20일(현지시간)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열린 한 비즈니스 강연에서 컴퓨터에 매달리는 아이들에 관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얼마 전부터 큰딸 제니퍼가 본격적으로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고 입을 연 그는 "아이가 X박스 360으로 '비바 피나타'란 게임을 하루에 보통 두세 시간은 한다"고 말했다. 3차원 그래픽인 비바 피나타는 사이버 세상에서 자신의 정원을 관리하는 게임이다.

자신이 설립한 MS에서 근무하던 멜린다와 1994년 결혼한 그는 현재 제니퍼와 아들 로리(7), 작은딸 피비(4)를 두고 있다. 게이츠는 아들 로리가 "평생 내 마음대로 게임도 못하고 제한을 받아야 하나요"라고 묻는 데 대해 "내 집에서 독립해 나가면 그땐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답해 준 일화를 공개해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인터넷에 몰두하는 자녀에 대해 그는 "아이들이 적정한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인터넷에서 어떤 곳을 방문하고, 무얼 보는지 부모가 살펴보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최근 들어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대한 언급을 부쩍 늘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세 아이를 키우는 일이 학교와 교육에 대해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고 털어놨다.

5일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유럽 정부지도자 포럼 강연에서도 교육 문제를 화제로 올렸다.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어떤 사이트를 방문했는지, 그리고 부모가 없는 동안 얼마 동안 컴퓨터를 했는지 확인해 봐야 안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MS의 새 운영체계인 '윈도 비스타'에는 부모가 자녀의 컴퓨터 사용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정보기술(IT) 자체가 아이들의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강조했다. 그는 스코틀랜드 강연에서도 "딸의 학교에서도 콘텐트를 펜으로 입력하는 태블릿 PC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교사들이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짜는데도 IT는 필수품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X박스=MS가 개발한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2001년 11월 미국에서 처음 시판됐다. 하드디스크를 장착해 게임 구동시간을 줄였고 가정용 펜티엄PC와 맞먹는 속도와 그래픽 처리 능력을 지녔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 닌텐도의 게임큐브 등과 전 세계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X박스 360은 지난해 2월 출시된 X박스 최신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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