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치우며 도시녹화에도 앞장|10년째 가로변에 꽃 심어 온 대구환경미화원 홍덕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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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쓰레기더미 속에 파묻혀 살면서도 삭막한 도시공간에 각종 꽃·수세미·호박 등을 심어 푸르고 정감 어린 가로환경을 가꾸고 있는 대구시 환경미화원 홍덕수씨(51·대구시 노원동1가500).
악취 나는 쓰레기를 치우고 난 자투리땅이나 도로변 등에 나팔꽃·봉선화·접시꽃 등을 심고 담장 주변엔 수세미나 호박덩굴을 올려 공해에 찌든 도시민들에게 싱그러움을 안겨 주는 홍씨가 이같은 도시녹화에 나선 것은 올해로 10년째.
26세 때인 65년 소작농으로 대물린 가난 이 싫어 고향을 등지고 무작정 대구로 나갔던 그는 직물공장 견습공·서문시장 포목상가 종업원·리어카행상 등 안 해본 일이 없었으나 역시 찌든 가난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5년여 고생하던 끝에 궁여지책으로 안정된 직장을 찾은 것이 대구시 환경미화원. 82년 초부터 대구시 침산동 제3공단 일원을 청소구역으로 맡아 가로청소에 나섰다.
홍씨는 평소 삭막한 도시환경에 싫증을 느낀 데다 공해에 찌든 공단주변을 볼 때마다 고향의 푸른 들판이 그리워져 본격적인 녹화사업에 나선 것.
주말이면 인근 야산이나 들판을 찾아 각종 야생화씨앗을 채집하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변에 조그마한 빈터가 생겨나면 꽃씨를 뿌려 화단을 가꿨다.
올 3월부터 청소구역이 바뀌어 경북대북문에서 복현5거리까지 반경5백m의 거리를 맡았다.
그러나 학생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아 돌·화염병·최루가스가 난무, 거리는 쑥대밭으로 변하기 일쑤였다.
홍씨는 이같은 상황에서 가로청소도 힘겨웠으나 틈틈이 경북대농대 캠퍼스를 찾아가 학생들을 설득, 학생들과 함께 학교주변에 화단을 가꾸고 최루가스에 시든 꽃에 물을 주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홍씨는 비록 박봉에 시달리는 형편이지만 꽃씨를 수천 봉지씩 채집해 각 구청·동사무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등 환경미화원이라는 자신의 직업에 걸맞은 도시녹화사업을 필생의 사업으로 추진해 나갈 꿈에 부풀어 있다. 【대구=김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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