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새 무려 30배나 증가|고속도 통행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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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추석이 다가봤다. 마음은 벌써 드높아진 가을하늘의 구름에 실려 고향으로 달려가 있다. 하지만 또다시 북새통을 이룰 귀성길을 생각하면 가슴이 금방 답답해진다.
도로공사가 추산하고 있는 올 추석연휴기간중에 고속도로를 이용할 차량은 모두 4백65만4천대. 죽 이어놓고 승용차의 평균길이 5m로 계산하면 경부고속도로를 27회 왕복해야 하는 길이다.
지난해 추석 때보다 20%정도 늘어나리란 이야기다. 더구나 올해는 추석연휴기간이 3일로 줄어들었고, 태풍피해를 본 수재민들을 찾는 특별한 목적의 고속도로이용객들도 많아 더욱 혼잡하리란 예상이다.
「고속」도로가 점점 더 이름구실을 못하게 되고 있는 것은 늘어나는 차량증가추세·경제규모와 걸맞게 고속도로건설투자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70년 7월 4백28km에 이르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됐을 때 일부에선 너무 성급한 투자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듬해 1년 동안 이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은 5백15만2천대, 하루평균 1만4천1백15대 꼴이었다.
그로부터 20년후 지난해에는 8천4백76만5천대(하루평균 23만2천2백32대)로 16배나 급증했다.
71년 전체 고속도로연장이 4개 노선 6백41km였을 때 연간통행량은 1천만대였다. 그러던게 20년 후인 올해 고속도로 연장은 1천5백97km로 2·5배 늘어난 반면, 통행량(추정치)은 무려 30·8배나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차량이 올해 지불할 통행료는 3천7백30억원에 이른다.
5년 후인 96년의 통행량은 91년의 2배, 2001년에는 91년의 3·3배인 10억2천7백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그림 참조>
우리의 고속도로는 체증도 문제지만 통행차량중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 늘고있어 더욱 큰 일이다. 승용차에 치여 화물차의 통행이 점점 더 어려워짐으로써 고속도로가 산업동맥으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8월 휴가길의 승용차 행렬 때문에 농산물수송이 지장을 받아 값이 껑충 뛰었었다.
지난해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은 모두 2억6천5백17만대. 10대중 승용차가 7대꼴(71·8%)로 가장 많았다.
화물차는 12·1%, 버스는 7·1%였다. 올 들어서도 승용차의 비중은 계속 높아져 6월까지는 72·2%로 조사됐다.
승용차의 고속도로 이용률은 80년까지만 해도 29·5%, 85년에는 39·9%였다. 반면 화물차의 이용률은 80년 전체의 절반이 넘는 54·8%에서 85년 40·6%로, 90년에는 다시 그 절반 아래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막힌 길은 뚫어야 한다. 그러나 새로 뚫는 것은 물론 좁아서 넓히는데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 일이 제대로 안된다. 80년대 후반 국제수지 흑자를 내는 좋은 여건아래에서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투자에 신경 쓰지 않다가 뒤늦게 땅값이 치솟은 뒤에 하려드니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70, 80년대 초반만 해도고속도로 건설 때 용지보상비는 전체의 10∼20% 정도였다.
그런데 이젠 어지간한 길을 뚫는데 있어 전체사업비의 70%정도가 보상비로 들어가야 할 판이다. 고속도로1호인 경인고속도로(68년 준공)의 경우 km당 사업비는 1억1천만원이었는데, 현재 공사중인 제2경인고속도로는 1백42억원으로 물가상승분을 빼고도 1백29배나 뛰었다.
결론은 간단하다. 이리저리 시원하게 길을 뚫으면 평일은 물론 명절 때의 귀성·휴가 길도 북새통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엄청난 사업비(결국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와 시간이 필요하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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