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삼척 추암(湫岩) 노인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추암 촛대바위 곁에 서 있는 차돌바위 노인들

몇씩 모여서

들릴까 말까 조용한 말 나누고 있다.

검은 바위 결 속에 흰 결들이

숨죽인 물결처럼 마음결을 내보이고 있다.

'어디 살 만해?'

'아직 개밥바라기가 보여.'

삶이 느껴지기도 안 느껴지기도 하는 노인들.

한사코 자신의 삶 내보이려는

로댕이 부활시킨 칼레의 시민들보다

허허롭다.


젊은이들 가득한 거리에 그 많은 노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때가 되어 본래의 자기 모습으로 되돌아가 있지. 추어탕을 사먹던 건널목 앞에서 보이지 않는 노인과 이야기를 나눈다. '어디 가셨어요?' '아닌데.' '안 보이시던데요.' '아닌데.' '어디 계셨어요?' '아니, 미완성의 젊은 것들의 눈엔 보이지 않지. 자다가 벌떡 일어날 일이 없는 세상이라니!'

<김선우.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