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제(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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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멕시코 동쪽 국경 후아레스에서 서쪽의 티후아나에 이르는 2천마일의 「수출보세지역」. 마킬라도라라고 불리는 이 지역에는 1천5백여개의 대·소 공장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일본의 소니·마쓰시타·히타치등 주요 전자업체들이 이미 대규모 투자를 했다. 포드·GM·크라이슬러·닛산·폴크스바겐 등의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도 속속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가위 북미산업의 재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멕시코 마킬라도라는 내년말 체결예정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맞물려 우리경제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풍부한 자원 및 숙련된 기술에 멕시코의 저임금 노동력을 결합시킨 마킬라도라의 산업경쟁력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멕시코의 경제부흥이다.
멕시코의 부흥은 외채와 인플레 감소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89년까지만 해도 총 9백99억달러의 대외채무를 진 세계 제2의 외채국으로 국민총생산의 6%이상을 외채갚기에 써야했지만 지난해에는 부채가 감소,2%이하로 줄어들었다.
87년 1백60%나 되던 인플레도 지난해부터는 20%대로 떨어졌다. 우리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88년 4.6%에서 현재 3.3%로 떨어진데 반해 멕시코는 87년 5%에서 올해는 6.5%로 높아졌다.
NAFTA가입 미·가·멕시코 북미 3개국 통합시장규모는 국민총생산(GNP) 6조2천억원의 세계 최대 단일시장.
미국의 한 광고대행사가 최근 조사한 「미국인들의 수입제품 구매태도」에 따르면 이미 미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멕시코제에 밀려나 일본·유럽·멕시코제품 다음의 4순위다. 그것도 수입이 낮은 블루컬러 계층에서 주로 구입한다는 것이다.
없어서 못팔던 전자 제품의 재고가 산더미 처럼 쌓이고 있다. 일본기술에 밀리고 값에서는 동남아·중남미에 뒤지기 때문이다. 어벙벙한 동구시장이나 넘보다 남방진출에 실기한 「득북실남」의 업보다. 이제야 부랴부랴 NAFTA대책위를 구성하고 멕시코내 한국공단조성 계획을 서두르는 정부당국과 재계의 안목이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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