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확대로 체증 줄이겠다(일요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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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추석 홍역”대비에 바쁜 권병식 도공사장/10년동안 천4백㎞ 확충계획/민자유치·수익사업등도 검토
각종 차량은 「토끼걸음」으로 늘어나는데 도로증가율은 「거북이걸음」이어서 길마다 병목·적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산업의 동맥」인 고속도로는 특히 매년 20% 이상씩의 차량증가율을 보였던 지난 80년대 10년동안 고작 30% 정도 느는데 그쳐 심각한 동맥경화증을 빚고있다.
정부는 고속도로의 신·증설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최근 통행료를 21.2%나 올려 이용시민들로부터 「원성」을 샀으나 계산기를 놓고 따져보면 이정도 수준의 인상으로는 사실 하루가 다르게 뛰는 고속도로 건설·보상(토지)비율을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기도 하다.
지난 여름 휴가기간중 사상 최대의 북새통이 빚어졌던 고속도로는 다가오는 추석(22일)을 전후해 또 한바탕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리·보수 및 신·증설 등 고속도로에 관한 모든 것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도로공사 권병식 사장(57)을 만나 고속도로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물었다.
­요즘 고속도로는 「저속도로」라고 불릴만큼 체증이 심합니다. 특히 지난 여름철 휴가때는 체증이 더해 국민들의 불만이 대단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근본적으로 차가 많이 늘고 있는데 이 속도만큼 도로를 늘리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지난 8월1일에는 예년의 설날·추석 등 명절때보다 많은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했는데 전력사정 등으로 각 기관·업체들이 동시에 휴가를 실시했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켰습니다.
­올 추석에는 어떠리라고 봅니까.
▲연휴기간이 예년의 5일에서 올해는 3일로 줄었고 영호남지역의 수해에 따른 귀성인파까지 몰려 이용차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고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추석을 앞뒤로한 5일동안 3백87만8천대가 이용했었는데 올해는 20% 정도 늘어난 4백65만대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수송대책은.
▲전직원이 연휴기간중 대기하는 비상체제를 편성,운영할 생각입니다. 일단 각종 공사는 소통에 지장을 주지 않기위해 전면 중단하겠습니다.
경부고속도로 대전∼부산구간의 경우 아스팔트를 콘크리트로 바꾸는 재포장 공사를 하고 있는데 완공(내년말 예정)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내년에는 여름휴가때도 중단시킬 생각입니다.
특히 지난해까지는 서울∼안성 등 수도권의 짧은 구간에서만 명절때 표를 팔지않았으나 올 추석부터는 부산·광주·대전·대구 등 주요도시까지 확대,단거리 구간은 국도를 이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이번에 통행료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렸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물론 고속도로 이용자들에게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통행료는 일본의 6분의 1 수준,유럽의 2,3분의 1 수준입니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86년 이후 5년동안 동결돼 왔었는데 인상요인이 사실 30% 이상이었지만 21.2%만 반영하는 선으로 결정됐습니다.
교통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통행료 인상이 물가인상에 미치는 영향은 0.01% 수준으로 크진 않습니다.
­그동안 도로에 대한 투자가 너무 적었으며 지금이라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68년 경인고속도로가 처음 개설된뒤 81년까지는 고속도로가 꾸준히 건설돼 모두 1천2백44㎞가 건설됐었습니다.
그런데 91년 현재 전국의 고속도로는 총연장 1천5백97㎞로 지난 10년동안 겨우 3백50㎞를 늘리는데 그쳤습니다. 제대로 투자가 안된 것입니다.
정부는 2001년까지 1천4백㎞를 확충하는 계획을 추진중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체 고속도로 연장은 지금의 2배로 늘어나게 됩니다.
­그렇게 하려면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건설·보상비가 큰폭으로 늘고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70년에 건설된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당 건설비가 토지수용 보상비 포함,1억원 정도 였습니다.
당시 서울∼부산까지의 용지를 한달보름만에 다 사들였고 공사도 2년반만에 끝내 「초고속」신화를 남겼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토지보상부터 어렵고 건설비도 수도권 순환도로의 경우 ㎞당 최고 2백70억원까지로 뛰었습니다.
교통혼잡도에 따라 앞으로 건설할 고속도로가 대부분 수도권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보상·건설비도 더 많이 듭니다.
­통행료 인상이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올해 공사 전체 예산이 1조7천억원인데 이번 인상으로 연간 1천억원 정도의 추가수입이 기대됩니다.
그러나 이 금액은 수도권 고속도로 4∼5㎞를 건설하고 나면 바닥날 정도입니다.
따라서 도로를 늘리려면 재정에서의 지원이 불가피 하다고 봅니다.
외국에서 차관을 빌려오는 방안도 있지만 통화팽창 등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데다 공공차관은 우리나라가 이미 「졸업」해 어렵습니다.
올해 2천8백억원 목표로 도로공사 자체의 회사채를 발행중인데 금리가 높아 이쪽도 쉽지는 않습니다.
­정부 예산에는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올해 본예산(8백억원)외에 추경에서 3천2백억원을 지원해준 것이 도로건설에 상당한 도움이 됐습니다.
그러나 재정지원만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여러가지 자구책을 마련중입니다.
도로공사와 같은 공기업도 기업인만큼 우선 경영이 합리화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경영 다각화를 위해 민자유치 방안도 검토중이며 새로운 수익사업도 찾고있습니다.
예컨대 도로변에 컨테이너 야적장을 설치하고 광케이블을 묻어 임대사업을 벌이는 방안과 외부에 용역을 주고있는 설계 부문을 자회사를 만들어 흡수하는 방안 등 입니다.
또 통행료 징수를 기계화 하고 무인교통 정보안내·관제시스팀을 도입,인력을 줄이고 소통도 원활하게 할 계획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불결하며 시설도 엉망이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습니다.
▲위생 및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54곳으로 부족한인 휴게소도 95년까지 1백1곳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임대직원만 5천명이나 되는 거대한 조직을 관리하는 경영원칙은 무엇입니까.
▲취임후 「사장 복무방침」이란 말이 너무 관료적이라서 「최고경영자 방침」으로 바꿨습니다. 경영체질 개선과 합리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입니다.
지방화시대에 대비,조직체계도 본사에서 지사 중심 체제로 점차 바꿔나갈 생각입니다.
권사장은 노태우 대통령의 고교(경북고)·육사(15기) 후배로 수도방위사령관·합동참모본부장 등을 지낸뒤 지난해 7월 육군 중장으로 예편,지난 3월 사장(7대)으로 부임했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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