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정보화시대의 생존방식/도서상품권제도의 정착을 위하여(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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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독서는 우리에게 세가지 기능을 담당한다. 교양과 재미와 정보의 기능이다.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독서주간이 펼쳐지고 가을은 독서의 계절임을 역설한다. 이때의 독서는 일상의 분주한 업무와 고된 일과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 보고 삶의 깊이를 새롭게 하는 계기로 가을과 독서를 연결시키는 우리의 고전적 독서 기능이다.
독서를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자는 독서의 첫번째 기능이다.
그러나 최근 몇년의 독서계 현황을 보면 도서의 판매량이 가을보다는 여름이 부쩍 높아졌다. 이런 추세는 여름휴가를 이용한 취미생활의 자료로서 독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책읽기를 심심풀이 여가이용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다. 긴 여행의 지루한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기 위해 또는 독서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두번째의 독서 요구와 기능이다.
지난달 교보문고가 조사한 독서실태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전문지식 획득을 위해 책을 읽는다」가 전체의 57.1%를 차지하는 특이한 통계가 나왔다.
전문지식 획득이란 곧 정보의 입수를 위해 독서를 한다는 뜻이다. 독서의 교양과 재미를 위한 앞의 두가지 기능이 우리의 일반적 독서추세였음에 비해 세번째의 정보로서의 독서기능이 크게 강화된 것이다.
독서의 이러한 세가지 기능이 우리사회에 고르게 퍼져있음은 매우 유익하고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아직도 국민당 한달 독서량은 한권남짓이고 도서 구입량도 한권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제화·산업화·전문화로 치닫고 있는 시대 속에서 정보로서의 독서기능은 생존의 수단으로서 필수적일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시점에 이르고 있다.
심심풀이로서의 독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경쟁의 수단으로서 독서는 강조되고 강요되어야 할 사항으로까지 와 있는 것이다.
하루에도 쏟아지는 세계의 정보량이 수없이 많고 자신의 해당업무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정보만해도 헤아릴 길이 없을 정도다.
이 정보의 홍수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자구의 방식이 독서임을 알아야 할때가 된 것이다. 따라서 독서를 취미의 방편으로 생각하던 시절에서 생존경쟁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할 때인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지난 4월 중순부터 실시된 도서상품권제는 독서인구의 저변확대와 선물풍토의 문화화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앞으로도 계속 활성화 되어야 할 중요한 제도라고 판단한다.
더욱이 이 제도의 실시 5개월만에 가맹서점이 8백여개로 불어났고 대기업과 백화점의 창립기념 행사의 선물로 이용하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는 도서 상품권의 정착을 예고하는 좋은 징후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일본의 경우 도서상품권이 30년의 역사속에서 정착됐지만,실시 초기 소니사가 고객 사은품으로서 도서상품권을 이용하자 이용도가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는 사례는 오늘의 우리 기업체와 독서 현실에서도 눈여겨 볼 중대한 대목인 것이다.
독서가 업무의 전문화와 정보수집의 긴요한 자료로 이용되는한,산업체와 기업체는 앞장서 도서상품권의 이용 확산에 참여해야 하리라고 본다.
종래의 독서개념이란 자발적이고 선택적이었지만 오늘의 독서란 의무적이고 강요될 수 있는 생존의 수단이기 때문에 도서상품권을 이용한 독서관행의 확산은 기술개발 못지않은 중요성을 지닌다고 본다.
추석명절을 맞이할 기업체들이 선도적으로 도서상품권을 선물로 활용한다면,그 자체가 기업 내부의 정보량을 축적하고 나아가 독서인구의 저변확대와 선물풍토의 문화적 생활화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하리라 믿는다.
도서상품권의 생활화는 곧 산업화·정보화·전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한 방식이라는 새로운 인식으로 확산시켜 나가야할 우리 모두의 사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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