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병 위협에 시달리는 공단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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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국의 각 하천에서 중금속 폐수로 인한 기형물고기가 계속 발견되고 지난 3월에는 낙동강 페놀오염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미나마타병·이타이이타이병등 환경성 질환의 위협이 가시화되고있다.
특히 공단지역 주민들은 공해병의 위험앞에 노출되어 있으나 체계적·연속적 건강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주거이전의 권고등 조치를 할 기준치도 없는등 정부대책은 무방비 상태다.
공해병의 특징과 공단주민 건강관리 실태를 알아보고 단백질과 칼슘의 적절한 섭취로 중금속이 몸안에 쌓이는 것을 최고 50%가량 줄일 수 있다는 국립환경연구원의 최근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환경성질환=오염물질배출이 갈수록 크게 증가함에따라 공해병 발생의 위험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환경성질환은 중금속·유해화학물질이 하천이나 흙에 흘러들고 스며들 경우 배출량이 적더라도 「먹이사슬」을 통해 물고기·채소·농작물·식수등에 농축되는데서 비롯돼 인체를 위협하게 된다.
특히 환경성질환은 체내에 중금속등이 들어온뒤 오랜 시간이 지난후 발병, 완치를 힘들게 하고 죽음으로 몰아넣는데 심각성이 있다.
일본에서 발생한 미나마타병은 공장에서 흘러나온 메틸수은이 바닷물을 오염시켜 플랑크톤→물고기→사람의 경로를 통해 주민들에게 보행장애·언어장애·난청·시력감티등 증세를 일으키는 「죽음의 병」이다.
이타이이타이병도 공장폐수속의 카드뮴이 야채와 벼를 오염시켜 이를 섭취한 사람들이 온몸에 심한 아픔과 경련을 일으키고 골연화증까지 초래돼 20년간 1백28명이나 숨지게 했던 질병이다.
◇허술한 주민건강조사=국내에서는 환경성질환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유해작업장에서 직접 일하지는 않아도 인근에 사는 주민들에 대한 건강조사를 80년대 들어 실시해왔다.
지금까지 온산·포항·부산·울산등 11개 공단주민 7천5백83명(5년 이상 거주한 가정주부)을 대상으로 건강조사를 했었다.
그 결과 대전에서는 혈중 카드뮴농도가 혈액1백㎖당 0·9마이크로g으로 노동부 직업병판정기준(1·0마이크로g)에 육박하는 주민이 발견됐다.
또 납의 농도가 0·37PPM으로 역시 노동부 직업병판정기준(0·4PPM)에 근접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처럼 비록 일부이긴하나 20∼30년의 산업화과정을 거치면서 환경성질환의 집단발병 가능성을 경고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나 정부대책은 지지부진하다.
우선 건강인의 혈중 중금속농도와 비교해 주거이전의 권고등 조치를 취하는데 척도가 될 기준치조차 없다.
때문에 카드뮴의 경우 정상혈중농도는 0·3마이크로g으로 조사대상자중 30∼40%가 정상농도를 넘어서도 노동부 직업병판정 기준에는 못미친다며 무시되기 일쑤였다.
유해작업장에서 높은 농도의 중금속에 노출돼 비교적 빠른 증세를 나타내는 직업병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환경성질환의 본질을 무시한 것이다.
기준치가 없는데다 국내에서 실시해온 주민건강조사가 고작 1년에 2곳 정도의 공단을 체크하는 정도에 그쳐 주민들의 중금속오염 변화추세를 거의 알 수 없는 실정이다.
한양대의대 김윤신교수(예방의학)는 『미국에서는 예컨대 어린이가 어른이 될때까지 20여년간 계속해서 국가 또는 특정재단의 부담으로 공해병 여부를 조사하는 식으로 일관성있게 질병의 발생등 과정을 추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주민건강 조사가 해마다 지역이 바뀌고 사람도 무작위로 골라 바꿔 조사하는 바람에 공단지역의 오염도 심화에 따른 변화는 전혀 알 수 없는 형편이다.
◇음식물과 중금속 중독예방=국립환경연구원 환경연구담당관실(조윤승·조태웅)은 경북대의대, 서울대 수의대·농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중금속의 생체독성 저감연구」를 시행,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동물(쥐) 실험 결과 몸안에 잘 쌓이는 중금속인 납·카드뮴의 독성은 단백질과 칼슘의 충분한 섭취로 상당부분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조태웅연구관은 『환경 질의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나 음식불의 섭취도 중금속오염을 줄이는 보완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연구를 했다』고 밝히고 『올해말까지 수은의 효과를 실험할 계획이며 앞으로 본격적인 역학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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