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과소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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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 한햇동안 식탁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이 9조원어치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 예산의 4분의1이 훨씬 넘는 액수다. 이쯤되면 우리의 「식탁 과소비」는 해도 너무하다.
식생활 낭비를 드러내 보여주는 또 다른 통계들. 현재 공급되고 있는 음식물중 섭취되지 못하고 쓰레기로 버려지는 양이 자그마치 전체의 33.4%나 된다. 이렇게 먹지 않고 버리는 음식물 찌꺼기는 전체 쓰레기양의 27.4%를 차지한다.
하루 음식물 쓰레기 증가 현황도 엄청나다. 87년 하루 1만4천t이던 전국 음식물 쓰레기가 88년부터는 연평균 15%씩 증가해 금년에는 2만3천여t에 이를 전망이다.
음식물 낭비의 주요 원인은 많은 반찬을 수반하는 한식의 불합리한 식단구조와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식생활습관 때문이다. 음식점에 들어가 보면 절반도 먹지 않은 반찬이 그냥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식단구조 자체가 양위주로 차려지는 우리 음식문화의 오랜 전통탓이기도 하다.
그동안 식생활개선 운동이 몇번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한때 「주문식단제」란 것을 해봤지만 그까짓 반찬가지고 쩨쩨하게 굴기냐는 손님들의 불평 때문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같은 미식 문화권이면서도 일본의 경우는 우리에 비해 훨씬 합리적인 식생활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식당이 주문식단제고 반찬이 간단하며 양보다 질을 우선한다. 일본은 음식물 낭비율이 80년 우리와 비슷한 17%선에서 완만하게 증가해 87년 26%가 됐지만 우리는 낭비율 증가 속도가 최근 몇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고려 시대에는 여름철에 가뭄이 계속되면 부채사용을 금했다. 무더위를 부채로 식히는 일조차 사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가뭄을 가져온 하늘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서는 부채질 같은 사치(?)마저 거부됐던 것이다.
환경처의 조사자료 때문에 식탁과소비를 걱정하는게 아니다. 과소비와 호화 사치가 사회문제화 하고 있다. 일상의 식생활 낭비도 새삼 되돌아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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