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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보수세력 아직은… 만만치 않다/끊이지 않는 쿠데타 재발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당원들이 요직·기간산업 장악/「독립운동」핑계삼아 재기기도
소련 쿠데타의 주동자들이 철장신세가 되어있고 민주개혁세력의 기세가 드높지만 소련내 보수강경세력에 의한 또한번의 반동쿠데타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구세력들의 사기가 현저하게 저하된것은 사실이지만 수백만명의 공산당 기간요원과 신봉자들이 아직도 전국 주요권력기관의 자리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데다 당이 계속 전국의 전력·철도·공급유통망 등을 장악하고 있어 개혁세력에 큰 부담이 되고있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번 자살한 고르바초프의 수석군사보좌관 아흐로메예프장군이 남긴 유서처럼 『내평생 헌신하여 쌓은 공든탑이 무너졌다』는 절망적인 기분에 싸여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정치적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또다른 쿠데타나 반역을 기도하거나 새로 독립되는 공화국들의 주요기관을 장악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서방분석가들의 전망이다.
모스크바시내에서는 『이번 쿠데타를 반동세력들의 마지막 몸부림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경고가 꾸준히 나돌고 있다.
소위 「겨울시나리오」라는 것에 따르면 이번 겨울 추위와 기근이 닥치면 사람들은 다시 거리로 뛰쳐 나오게 되며 이때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선동자의 깃발 아래로 모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반동세력의 재기에 온상역할을 함으로써 또다른 군사쿠데타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번 겨울까지 갈 필요도 없이 반동세력의 역습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있다.
전공산당중앙위원을 지낸 알렉산드르 게르만은 공산당세력들이 최고회의라는 합법기관을 통해 정권을 빼앗으려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아직도 공산당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소련최고회의에서 고르바초프를 대통령직에서 몰아내고 옐친과 대결할 수 있는 보수적인 인물을 새로 뽑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실패한 바 있는 군사쿠데타가 아닌 소위 「의회 쿠데타」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한편 명백한 역쿠데타는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공산당원들이 민주세력을 가장하고 각 공화국의 주요조직을 다시 장악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 각공화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독립 요구 가운데는 이런 조짐도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우즈베크·백러시아공화국등에서는 강경보수세력들이 갑자기 독립운동에 가세,「민족적 공산주의」라는 간판을 내세워 토착적 권위주의체제를 세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 중앙아시아공화국중에서는 공산당이 「인민민주당」이라는 새간판을 걸고 권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소브차크레닌그라드 시장은 『각 공화국들의 독립운동이라는 것이 사실은 공산당조직을 유지하려는 하나의 속임수』라고까지 비판하고있다.
각 공화국들이 갑자기 독립을 주장하고 나서고 있는 것은 공산당원등 기득권세력들이 지금까지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던 거대한 집단농장이나 기간산업시설을 소유하려는 욕심때문이라는 것이다.
독립요구나 민주개혁 요구가 이데올로기보다는 경제적 이득에 근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무튼 구세력의 건재는 민주세력의 큰 위협이 되고있다.
러시아공화국만 해도 전국의 3분의 2는 아직도 공산당이 관장하고 있으며 백러시아·우크라이나,그리고 중앙아시아 각 공화국들은 아직도 공산당이 권력을 잡고있다.
따라서 온건보수세력들은 『고르바초프가 공산당을 해체키로 한 것이 대단한 실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KGB·경찰·군·경제관료조직안에 있는 세포공산당원을 신속히 축출하려 시도하고 있는 옐친 러시아정부도 상당기간 이들의 협조가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있다.
이들의 협조없이는 올 겨울 난방없는 아파트에서 굶주림으로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축출공산당요원들에 대해 취업을 위한 재훈련을 계획하고 있으며 장년층이상의 공산당기간요원에게는 연금혜택을 주는 방안들이 구상되고 있다.
구세력에 대한 이같은 다독거림이 민주세력에는 또하나의 부담이 되고있음이 분명하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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