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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소 연방 해체 걱정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공화국 영토분쟁 불러 위기 초래/핵통제 안돼 「일일이 교섭」 어려움
발트해 3국의 독립선언에 이어 각 공화국들의 잇따른 탈연방움직임으로 소련이 사실상 해체의 길로 접어드는등 쿠데타 이후의 변화가 예상을 초월한 사태로 치닫자 소련의 장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소련의 이같은 와해상태를 1918년 유럽과 중동의 지도를 바꾸게 만든 오스만제국의 몰락과 비교하면서 이로 빚어질 국제정치의 불안과 액화를 걱정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도 소련의 와해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해 발트해 3국에 대한 독립승인을 늦추고 있으며 소연방에 대한 경제지원 확대 등에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은 소 연방의 해체가 몰고 올 갖가지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연방해체에 따른 각 공화국간의 국경분쟁,대규모의 인구이동,경제구조의 와해,핵무기와 소 군부의 관할권 문제,러시아공화국의 비대화등 하나하나가 국제정치를 위기로 몰아넣을 요소들이라는 것이다.
우선 각 공화국간에 벌어질 국경분쟁은 또다른 내란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높다.
스탈린은 각 민족의 단결을 막기위해 공화국간의 경계를 자의로 구획하고 주민들을 멋대로 타지역으로 이주시켰다.
따라서 각 공화국간에 주민과 영토에 대한 원만한 합의가 나올 수 없다.
이미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카자흐공화국과 우크라이나공화국이 독립의사를 밝히자 국경문제를 들고 나와 러시아도 가만있지 않을 뜻을 비췄다.
결국 『소련의 완전한 와해는 국경분쟁이나 전쟁을 야기하고 말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연방의 와해는 시장경제로의 이전도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15개 공화국은 자원·공산품·식량 등을 아직도 중앙정부에 의해 배분받고 있으며 상호 철저하게 의존하는 체제로 짜여져 있다.
따라서 이들 공화국의 독립은 경제를 지금보다도 훨씬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서방은 소련이 해체될 경우 누구를 붙잡고 외교해야 할지 막연하게 된다.
소 연방 하나만을 상대했던 이제까지와는 달리 핵문제 등을 놓고 15개 공화국과 일일이 교섭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소 언론들은 셰바르드나제 전 외무장관에게 외무장관으로 재취임할 생각이 있느냐고 질문 했을때 그가 『소 연방이 존재치 않는데 외무장관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답변한 것은 소련의 현사태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고 보도하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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