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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소태풍』을 막아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중국공산당, 특히 당원로들은 옐친 러시아공화국대통령의 급진개혁세력이 소련에서 공산당을 불식시키는데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소련공산당의 해체가 전해진데 대해 자본주의의 「화평연변」(평화적 수단에 의한 사회주의 체제전복)에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가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날 북경소식통을 인용, 이같이 보도하고 소련대통령 고르바초프 축출 군사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간뒤 열린 당원로및 정치국원 긴급회의에서 최고실력자 덩샤오핑(등소평)이 사회주의의 장래에 대한 비관과 무력감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소련공산당이 역사무대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은 사회주의권의 양대세력을 형성해온 중국공산당이 앞으로 어떻게 될것이라는 것을 시사해준다. 중공당도 결국 소련공산당이 나아간 목적지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다는 인식들이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련의 오늘은 바로 우리의 내일』이라며 사회주의 건설시기에 중국의 장래에 대해 회방을 고취하던 마오꺼둥(모택동)의 신념이 이제와서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중국지도부에 떨쳐버리고 싶은 주술로 바뀐셈이다.
중국은 냉전시대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실제 국력이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이 사실이다. 소위 「중국카드」라는 반사이익을 미국과 소련의 대립속에서 누릴수 있었다.
중국이 걸프전이후 미국에 의한 국제정치 주도 현상을 「일패」로 비판하면서 대소접근추세를 보였던 것도 궁극적으로는 사회주의체제 변혁이후의「신냉전구도」설치를 통해 영향력강화내지 회복을 노린 것이다.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장 치하오텐(지호전)이 이달초 모스크바에서 드미트리 야조프소련국방장관과 군사협력을 논의한 것이나, 지난 5월 장쩌민(강택민) 중국공산당총서기가 소련을 방문, 당대당의 관계강화를 강조했던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강택민은 또 방소기간중 겐나디 야나예프부통령을 두번이나 만났으나 보리스 엘친 러시아공화국대통령은 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면담을 거부했다.
야조프, 야나예프가 이번 거사에서 체포된 결과를 놓고볼때 중국지도부의 「사회주의 소련」 에 대한 분석과 기대가 얼마만큼 역사적 진행방향과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었는가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중국이 소련 보수세력과 결합을 통해 구축하려했던 「새로운 세계질서」는 참담하게 좌절됐다. 게다가 중국은 이제 소련을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생소하고 다루기 거북한 상대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소련에서 민중의 승리는 89년6월 북경 천안문광장에서 바로 그와같은 시도를 했던 중국민중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한 중국지도부를 크게 당혹케 할것임에 틀림없다.
이번 소련쿠데타실패로 정치실세에서 멀어졌던 개혁세력들은 크게 고무된 반면 보수세력들은 사회주의 체제유지를 위해 더욱 안간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앞으로 중국공산당내부 대립구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산당의 폭력장치인 군이 소련에서 당의 명령을 거부하고 민중의 편을 든 사례는 중국 인민해방군 내에도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중국관영 신화통신이 25일 국가부주석 왕전(왕전)이 신강위구르자치구에서 『공산당의 지도와 사회주의의 길을 견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한 것은 이번 소련사태가 중국소수민족운동에 미칠 영향에 당국이 신경을 쏟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수 있다.
이와같은 맥락에서 중국지도부는 앞으로 상당기간 중국이 소련사태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위해 사회주의이념 선전등 체제유지 공작을 벌일 것이다.
천안문사태이후 화평연변을 경계해온 중국으로서는 내외의 도전이 강할수록 그만큼 체제안정대책을 강화하는 이외의 대책은 찾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련이 이탈하고 난뒤 「외바퀴」로 남은 중국에 대해 미국은 천안문사태이후 취해온 대중압력을 보다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적 관계에서 미소관계에 대처하는 한편 지역차원에서 주변국과의 관계정상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중동·유럽·동남아등국가와의 외교관계 강화를 시도하는 한편 오는 11월 베트남과 수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등 주변정세의 안정화에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있다.
이는 곧 중국이 대외적으로는 국익에 기초하는 실무외교를 추진하면서 대내적으로 체제유지를 위한 사회주의 고수라는 양면노선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56개민족 12억인구를 안고 5천만명의 당원조직을 통해 낙후된 경제를 발전시키고 체제를 유지하려는 「중국식사회주의노선」견지는 상당기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홍콩=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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