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 나빠 구멍난 세금 부동산 세금으로 메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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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금 폭탄'이 사실로 입증됐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로 정부가 거둔 돈은 1년 만에 세 배로 늘었다. 소득세도 25.8%나 더 걷혔다. 부동산 실거래가 적용 확대와 3주택 이상 양도소득세율 인상으로 양도세가 많이 걷힌 덕분이다. 양도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증여가 늘면서 상속.증여세수도 27.6% 늘었다. 반면 경기 침체에 따라 기업 실적이 나빠져 법인세와 주세 수입은 줄었다. 경기가 나빠져 줄어든 세수를 부동산 세금으로 메운 셈이다.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총국세 수입이 138조443억원으로 2005년보다 8.3% 늘어난 10조5786억원이 더 걷혔다고 12일 밝혔다.

문창용 재경부 조세분석과장은 "세율 인하와 기업 실적 부진 등으로 법인세.주세 수입은 줄었지만 부동산값이 많이 올라 부동산 관련 세금이 많이 걷히는 바람에 지난해 초 정부가 짰던 예산안보다 세금이 더 걷혔다"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 세수가 부진할 것으로 보고 추진했던 국채 발행 계획 가운데 1조3000억원어치를 취소하고, 정부가 보유한 중소기업은행 주식 1조3000억원어치의 매각도 보류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세금 급증=지난해 초 정부는 종부세가 2005년 4000억원에서 2006년에는 1조원 정도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1조3000억원이 걷혔다. 2005년의 세 배가 넘고, 애초 정부 예상치보다도 30%가 더 걷힌 것이다. 소득세도 2005년보다 6조4000억원이 더 들어왔다. 지난해 일자리가 30만 개 정도 늘고, 1~10월 평균 임금상승률이 5.8%였던 것을 감안하면 봉급생활자가 낸 근로소득세도 어느 정도 늘었다. 그러나 부동산값 상승에 따라 양도세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게 소득세 증가에 주로 기여한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상속.증여세도 부동산.주식값이 뛰는 바람에 덩달아 늘었다. 농어촌특별세도 종부세 덕을 톡톡히 봤다. 종부세의 20%를 거두도록 돼 있어 정부가 짰던 예산보다 2000억원이 더 걷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종부세 과표가 매년 올라가는 데다 올해부터 2주택자가 집 한 채를 팔 때도 양도세율 50%가 적용되기 때문에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부동산 관련 세수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수 부진 이어질 듯=2005년 법인세율을 2%포인트 낮춘 데다 지난해 기업 실적이 부진했던 탓에 법인세는 4000억원이 덜 들어왔다. 주세 역시 맥주 세율을 10%포인트(90%→80%) 낮추면서 세수가 부진했다. 반면 특소세는 액화천연가스(LNG)에 매기는 세율이 올라가고, 승용차 특소세율 20% 감면조치가 2006년부터 종료된 데 따라 5000억원이 더 걷혔다. 기업 경영환경이 단기간 안에 개선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법인세수는 올해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 못 미친 소비=주식 시황이 좋았던 덕분에 증권거래세가 많이 걷혔다. 관세는 환율이 하락하고 세율도 인하됐으나 수입이 크게 늘어 정부 예상보다 많이 걷혔다.

부가가치세는 2005년 이후 소비가 살아나 세금도 많이 걷힐 것으로 예상했지만 수출업자에 대한 세금 환급이 따라서 늘어나는 바람에 애초 정부 기대만큼은 늘지 않았다. 교통세는 감소했지만 12월 말일이 공휴일이어서 이듬해 세수로 잡힌 1조1000억원을 감안하면 실제 세수는 줄지 않았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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