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약 기간 연장” 평지풍파/총리실안에 노동부선 “모르는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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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또 개악” 노동단체 노동부 규탄
부처간에 손발이 안맞거나 방향이 다른 정책추진으로 행정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실수를 근래 자주 범하고 있는 정부가 이번엔 느닷없는 임금협약 유효기간 연장안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20일 노태우 대통령 주재로 열린 「91상반기 주요 정책평가보고회의」에서 『현재 1년으로 되어있는 임금협약의 유효기간을 2∼3년으로 연장키 위한 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으나 정작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우리는 그같은 계획을 세운 바 없으며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밝혀 정부의 정책추진에 혼란이 있음을 또 한차례 드러냈다.
노동부의 고위 관계자는 『그같은 계획은 지난해 상공부·경제기획원이 추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이번에 총리실에서 노동부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다시 내놓은 것』이라며 『노동부는 임금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실현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노총·전노협 등 노동단체들은 노동부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업무보고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의 방침으로 간주,일제히 반발을 보이고 있다.
노총은 21일 성명을 내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임금의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매년 정기적인 임금협상이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잦은 노동쟁의로 인한 부작용을 빌미로 사용자 단체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저임금구조를 유지·고착시키고 모처럼 안정국면에 접어든 노사관계를 해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동관계자들은 『노사관계가 87년 이후 가장 안정된 국면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주무부처가 추진의사가 없다고 밝히는 시책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불필요한 긴장과 마찰을 빚는 것은 행정의 난맥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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