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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택자 9억 아파트 … 팔면 4억 증여하면 2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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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두 채를 가진 A씨(63)는 지난달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50평형 아파트를 차남에게 증여했다.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올라 양도소득세보다 증여세를 내는 편이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다.

A씨가 1985년 1억5000만원에 산 이 집은 현재 15억원 안팎이다. 따라서 집을 팔면 6억6400만원의 양도세(주민세 포함)를 내야 했지만 증여세 부담은 4억2000만원(아들이 낼 취득세 포함)에 그쳤다. B씨(67)도 88년 5500만원에 산 서울 서초동 34평형 아파트(시가 9억원)를 팔지 않고 자녀에게 넘겼다. 양도세가 증여세의 두 배가 넘기 때문이다.

정부의 양도세 중과가 엉뚱한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3주택 이상자, 올해부터는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크게 올리면서 다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각각 1년씩의 유예기간에 다주택 소유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면 집값도 안정될 것이란 게 정부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주택 거래는 위축되고 주택 증여 비중만 더 높아졌다. 강남 등 집값이 많이 오른 곳의 다주택자 입장에선 양도세보다 증여세가 훨씬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늘고 있는 증여=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토지 거래(주택 포함)에서 매매 비중은 68.5%로 전년(77.3%)보다 낮아졌다. 이에 비해 증여 비중은 같은 기간 11.7%에서 14%로 높아졌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930건이었던 서울 소재 부동산의 증여 건수는 12월 3435건으로 3.7배나 됐다. 특히 고가 주택이 많은 서울 강남 3구의 증여 건수는 같은 기간 6~10배 증가했다.

◆양도 차익 크면 증여 유리=증여가 크게 늘어난 것은 양도 차익이 클수록 양도세보다 증여세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정보 업체인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소장은 "정부가 신도시를 중심으로 공급을 늘리기로 했지만 서울과 수도권 요지의 아파트는 희소성 때문에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도세 중과도 증여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까지 2주택자는 양도 차익에 대해 9~36%의 양도세를 부담했지만 올해는 세율이 50%로 크게 높아졌다. 또 보유기간에 따라 10~45%의 양도세를 깎아주던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올해부터는 2주택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양도세 부담은 늘어난 반면 증여세는 지난해와 같기 때문에 집을 팔기보다 증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지난해엔 단순 증여보다 대출금이나 전세 보증금을 낀 '부담부 증여'가 기승을 부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부담부 증여를 하면 대출금과 전세 보증금에 대해 증여세율(10~50%)이 아닌 양도세율(9~36%)을 적용받기 때문에 총 세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절세 묘안 속출 예고=한결 세무법인의 유재흥 세무사는 "증여한 뒤 이혼하면 배우자에게 3억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해주기 때문에 위장 이혼까지 하겠다는 고객도 있다"고 소개했다. 앞으로 기기묘묘한 절세 방법이 나올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증여세를 올리든지, 아니면 양도세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2주택자에겐 이미 유예기간 1년을 줬고 ▶투기 소득에 특별공제 혜택을 주는 건 형평에 맞지 않으며 ▶증여세가 양도세보다 적은 것은 양도 차익이 큰 일부에만 해당되므로 제도 보완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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