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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라이벌열전] ⑨ 설탕 vs 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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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이름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이는 단맛의 대표주자들이다. 탄수화물의 일종으로 단순당이란 것도 공통점이다. 설탕은 두 단당류(포도당.과당)가 결합된 이당류다. '설탕=포도당+과당'이므로 '과당=설탕-포도당'이다.

설탕은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추출한다. 과당은 과일과 꿀에 많이 들어 있다. 설탕처럼 하얀 가루 상태의 과당은 1960년대 후반 핀란드에서 설탕을 과당과 포도당으로 분리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둘은 이름부터 흥미롭다. 설탕(雪糖)은 눈처럼 하얀 결정을 지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과당은 주로 과일 속에 든 당분이란 뜻이다. 과당의 영문명(fructose)도 과일(fruits)에서 따온 것이다.

열량은 여느 탄수화물과 마찬가지로 둘 다 g당 4㎉다. 당도(단맛)가 강하기에는 단연 과당이다. 과당은 천연식품 가운데 가장 달다. 당도가 설탕의 거의 두 배다. 과일을 한입 베는 순간 입안에서 단맛이 확 감지되는 것은 과당이 많이 들어있어서다. 당도가 높은 과당은 비만 예방에도 유익하다. 설탕보다 적게 먹어도 일정 수준의 단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

당뇨병 환자나 혈당조절이 필요한 사람에겐 설탕보다 과당이 낫다. 설탕의 당지수(GI.탄수화물 함유 식품을 섭취한 뒤 혈당을 얼마나 빨리 올리는가를 나타낸 수치)가 65로 포도당(100)보다 낮지만 과당(19)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당뇨병 환자용 감미료로 과당을 사용한 것은 이래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의 공동 조사 보고서(1998년)엔 "당뇨병.심장병.비만 등 성인병을 예방하려면 당지수가 낮은 음식으로 식단을 짜야 한다"고 기술돼 있다.

많이 먹기로 치면 설탕이다. 설탕은 우리 국민이 15번째로 즐겨 먹는 식품이다. 닭고기 바로 다음이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설탕 소비량은 23.7㎏. 음식을 담백하게 조리하는 일본(18.9㎏)보다는 많고 미국(30.3㎏)보다는 적다. 설탕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자신의 체중 1㎏당 0.5g(성인의 경우). 예로 체중이 50㎏이면 하루에 설탕을 25g 이상 섭취하는 것은 곤란하다. 어린이.청소년은 청량음료 한 병(설탕 20~25g)만 마셔도 하루 권장량을 초과할 수 있다(순천제일대학 식생활과 백승한 교수).

과당의 국내 소비량 통계는 없다. 과일.꿀을 통해 섭취하는 분량이 많은데 이를 파악하기가 힘들어서다. 그러나 채소(특히 김치)는 충분히 먹지만 과일 섭취량(하루 평균 87.4g)은 적은 편이다.

과당과 설탕은 음주 후 숙취 해소에 유익하다는 장점과 충치를 유발할 수 있다는 단점을 공유한다. 특히 과당이 주성분인 꿀은 치아 표면에 달라붙어 설탕 이상으로 충치를 일으킬 수 있다. 단 음식을 먹은 뒤 반드시 3분 안에 양치질을 하라고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과당은 액상과당과 결정과당이 있다. 액상과당은 액체 상태의 과당이 아니라 설탕물에 가깝다. 결정과당은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해 만든 것으로 과당 함량이 90% 이상이다. 결정과당의 당도는 액상과당보다 약간 높다. 과당은 설탕보다 흡습성이 강해 오래 보관하면 덩어리로 뭉쳐질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하자.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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