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웃을 때까지 때린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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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인천의 한 민간 보육시설에서 드러난 아동학대 사건은 곪아 있는 우리 가정과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어물쩍한 행정지도, 위기의 가정, 체벌효과에 대한 맹신 속에서 피해는 전부 가냘픈 어린이의 몫일 뿐이다.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를 수상히 여긴 교사의 세심한 눈길이 아니었던들 어린이들은 상처를 치료받기는커녕 학대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조차 없었을 것을 생각하면 섬뜩하기조차 하다.

이미 우리 사회는 맞벌이 가정을 요구하고 있다. 열 집 중 네 집이 맞벌이 가구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안정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여성들의 사회참여의식이 높아진 결과다. 자녀양육을 가정과 사회가 나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공립 보육시설은 1천2백94개소로 수요의 13.4%밖에 부담을 못하고 있다. 민간보육시설에 대한 의존도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행정지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제가 된 어린이집이 24시간 보육시설로 인가가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숙생을 받아들이고, 보육아들을 체벌로 통제하고 있었다는 것은 당국의 점검이 얼마나 엉성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이 어린이집 원장은 수세미에 빨랫비누를 묻혀 거짓말한 아이의 입을 닦고, "회초리로 맞을 땐 웃을 때까지 맞는다"고 했다고 한다. 빨랫감 취급을 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짓밟고, 순수성을 키우기는커녕 아픈데도 웃음을 강요하는 이중성을 길러주면서 버젓이 '교육'을 내세우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체벌효과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비록 맞벌이 시대라 하더라도 자녀를 바르게 키우고 보살피는 1차적인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아무리 가정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녀 돌보기를 팽개칠 수 없으며, 나아가 돈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겨서도 안된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고도 부모에게조차 내색도 못한 채 학교와 어린이집을 오가며 어린 가슴에 새겼을 사회에 대한 원망을 풀어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