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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 실각/“건강상 이유” 소 전국 비상사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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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방서 휴가중… 쿠데타 가능성/대정변 일듯… 보수파 야나예프(부통령)승계
【모스크바 AP·로이터·시사통신·연합=본사특약】 소련관영 타스통신은 19일 오전 6시(한국시간 19일 낮 12시) 긴급뉴스로 겐나디 야나예프 부통령이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건강을 이유로 헌법 1백27조 7항에 따라 이날 대통령대행으로 취임한다는 부통령명의의 긴급 포고령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관계기사 3면>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이후 크림반도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으며 그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타스통신은 이날 오전 4시 전국에 걸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는등 관련뉴스를 속보로 보도하고 있다.
소련의 이번 사태는 대정변으로 발전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야나예프 부통령은 보수파의 대표격이며 20일부터 모스크바에서 열릴 신연방조약 서명으로 예상되는 신생소련의 출발을 저지하기 위해 보수파가 실권탈취에 나선 가능성이 크다.
미 ABC텔리비전의 모스크바주재 특파원은 야코블레프가 대통령보좌관직을 사임한 이후 급격히 악화된 소정국 유동속에서 군사쿠데타가 발생한 것 같다고 현지발로 보도했다.
한편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실각설이 나도는 가운데 모스크바 시민들 사이에는 고르바초프 대통령 사망설도 나돌고 있다고 일본지지(시사)통신이 전했다.
야나예프 부통령은 타스통신을 통해 발표한 포고령에서 『국가일부지역에 6개월간의 비상사태가 선포됐다』고 선언했다.
야나예프는 고르바초프의 건강상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하지 않았다.
지난 17일 고르바초프의 측근 알렉산드르 야코블레프는 공산당 탈당을 발표하면서 공산당 강경파가 쿠데타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야나예프가 발표한 포고령은 『비상사태 기간동안 모든 권력은 소련국가위원회에 이양됐다』고 밝히고 있다.
포고령은 고르바초프의 개혁이 막다른 골목에 달했으며 소련은 극단세력들 때문에 「치명적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포고령은 『극단세력들이 소련을 해체하고 국가를 분열시키고 모든 수단을 동원,권력을 장악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포고령은 또 고르바초프의 개혁이 소련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다고 말하고 연방단결에 관한 국민투표결과가 『구둣발에 짓밟혔다』고 주장했다.
포고령은 각국 지도자들과 페레스 데 케야르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달됐다.
포고령은 비상사태 선포가 『소련 시민과 소련의 주권·영토·자유·독립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하고 포괄적인 정치적·민족적 시민간의 투쟁·혼란·무정부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포고령에는 야나예프 부통령과 또다른 강경파인 발렌틴 파블로프 총리,올레그 바클라노프 안보위원회 부위원장 등 3명이 서명했다.
포고령 발표뒤 모스크바지역에는 특별한 움직임이 발견되지 않고 있으나 모든 라디오방송은 과거 정권교체때처럼 클래식 음악을 내보내고 있다.
한편 고르바초프는 19일 신연방조약 조인을 위해 모스크바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신연방조약 서명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으로서는 국내정치적으로 큰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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