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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가요賞 김빠지네… 김건모·빅마마 등 잇단 불참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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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대중가요계를 정리하고 축하하는 각종 연말 가요상 시상행사가 자칫 초라해질 조짐이다.

올 최대 히트 음반이 고작 53만장(김건모) 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흉작인데 인기 순위를 가리는 자체가 쑥스러운 ‘도토리 키재기’란 이야기가 가요계 종사자들간에 흘러 나온다. 여기에 스타급 몇 몇 가수들이 가요상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는가 하면 참석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가수들이 적지 않다는 소문도 돈다.

가요 시장의 침체가 가요 시상식의 위상까지 흔드는 양상을 짚어본다.

◇누가 왜 불참하나=연말 시상식 불참 의사를 가장 먼저 밝힌 것은 김건모(35)다. 최근 김건모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겠다. 연예인이 아닌 가수로 남겠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소속사인 건음기획 측은 "김씨가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는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꼈다"면서 "앞으로는 방송보다 공연활동으로 팬들과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요상에 연연해 후배들과 경쟁하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브라운아이드 소울(이하 브라운아이드) 역시 모든 가요 관련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브라운아이드 측은 "이들이 노래에 전념하고 싶어 방송 활동을 전혀 해오지 않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그동안 열심히 방송에 출연하다 갑자기 시상식에만 불참하겠다는 가수와 함께 거론되는 것은 섭섭하다"고 밝혔다.

빅마마.휘성.세븐 등 YG엔터테인먼트.엠보트 소속 가수들도 KBS 측이 주최하는 가요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계획이다. YG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 계획을 세워놓은 것은 아니지만 휘성의 경우 2집을 발표한 이후 한 번도 KBS에 출연하지 않았을 만큼 KBS와 불편한 관계"라며 "이런 상황에서 연말 시상식 참석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아는 12월 31일 일본에서 열리는 NHK 홍백가합전 출연이 확정돼 같은 날 열릴 예정인 KBS 가요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조성모의 경우에도 12월 30~31일 공연 예정으로 이날 열릴 KBS.MBC 시상식 참석은 어려울 듯하다.

◇무엇이 문제인가="올해처럼 침체된 분위기에서는 누가 상을 받든 그리 빛나지 않을 것 같다" "흥이 나지 않을 시상식에 나서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느냐"는 것이 가요계 중론이긴 하다. 그러나 '불참'선언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특히 김건모의 결정에 대해서는 '명분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 적잖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음반 홍보를 위해 수개월 동안 갖가지 오락 프로그램에 참여하다가 갑작스레 연예인이 아닌 가수로 남겠다면서 참석을 거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의 '불참 선언'이 후배 가수들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가수와 기획사들은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든다. 첫째, 각종 가요상이 10개에 가까울 만큼 많아 대중의 주목을 받기도 쉽지 않고 상의 영예도 분산된다는 것이다. 둘째, 방송국마다 심사 기준이 투명하고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가수 참석 여부에 따라 후보가 결정되기도 하고 이른바 '방송 공헌도'(방송국 프로그램에 얼마나 기여했느냐)가 보이지 않는 점수로 크게 작용하는 등 상의 권위가 떨어진 것도 가수들이 가요상을 외면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방송국 관계자는 가수들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 가수들은 자신이 상을 못 받으면 아예 시상식에 오지 않으려 한다. 본인의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참석해 상을 받는 선후배에게 진정한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던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것이다.

◇잔치는 계속돼야 한다=이 같은 현상에 대해 뜻있는 가요계 관계자들은 "가수들의 연말 시상식 불참 선언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연말 시상식은 가수와 음악 팬들이 한 해를 정리하며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자리인데 주인공들이 시상식 불참에 앞장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MTV의 뮤직비디오 어워드 등 해외 음악 시상식을 보면 마돈나와 에미넴.메탈리카 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참석해 각기 개성적인 연주와 재치 넘치는 멘트로 시상식을 '완벽한 쇼'로 만든다"면서 "가수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권위있는 시상식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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