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꼰 종이로 찻상등 만들어|생활용품 한지공예|김태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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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지는 푸근하고 넉넉한 종이입니다. 작업중 모양이 비틀어져도 물을 조금 뿌려 모양을 잡아주면 반듯한 모양이 나오지요.』
한지로 만드는 노엮개·색지공예등으로 생활용품을 만들어 쓰는 김태희씨(64·서울역삼동)는 한지의 융통성 많은 넉넉함을 통해 여유롭게 사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전통공예전 입상경력도 있는 뛰어난 솜씨를 가진 그는 한지로 삼층장·찻상·합·접시·반짇고리·소쿠리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어 쓰고 있을뿐 아니라 아들 혼사때는 사주함을 직접 만들어 보내기도 했다.
김씨가 한지공예를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7∼8년전. 아는 스님의 소개로 한지공예가 김경선생을 만나게 되면서 부터다.
무엇이든 끊임없이 만들고 손놀림을 멈추지 않는 부지런하고 알뜰한 전통적 한국여인상의 전형적 모습을 간직한 김씨는 김경선생의 한지공예작품에서 소박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아 노엮개를 배우기 시작했다.
노엮게는 한자를 일정한 넓이로 잘라 일일이 손으로 꼬아서 촘촘하게 엮어 그릇등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옻칠을 하면 단단하고 물기가 스며들지 않게 돼 찻잔받침·찻상등도 만들 수 있다.
한지의 넓이는 작품에 따라 줄의 굵기가 다르므로 작품을 먼저 구상하고 한지를 똑같은 넓이로 잘라놓아야 한다. 이것을 가늘게 한번 말아서 날줄을 만들고 날줄 두가닥을 꼬아서 씨줄을 만들어 날줄로 씨줄을 감싸듯이 엮어나가면서 줄이 짧아지면 새줄로 이어나가며 원하는 형태로 짜나간다.
이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인내심을 요구한다. 김씨는 급하고 참을성 없는 사람들에게 정신수양을 위해서라도 노엮개를 권하고 싶다고 말한다.
또 최근에는 각종 색깔의 색한지가 많이 나와 색지를 기하학적 문양으로 오려붙여 상자·그릇·접시등을 만들고 대나무 소쿠리등에 붙여 색다르게 사용하는 색지공예도 재미있다고 그는 말한다. <글 양선희기자·사진 장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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