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수정 규제법 제정해야/권태호검사 이색 박사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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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할머니 대리모」 국내선 안될 말/출산목적의 부부로 제한해야
인위적으로 남녀의 정자와 난자를 결합시켜 자녀를 얻는 체외수정을 규제할 수 있는 형사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박사학위논문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현직검사인 권태호 청주지검 충주지청장은 최근 청주대 대학원에서 통과된 박사학위논문 「체외수정에 관한 형사법적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도 미·영·일 등 선진국의 예와같이 체외수정에 관한 형사법제를 시급히 마련해 체외수정의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85년 10월12일 서울대학병원에서 체외수정아기가 처음으로 탄생한 이래 현재 서울대·연대·고대병원 및 C·J병원 등 12개병원에서 체외수정시술을 하고 있으며 시술횟수도 급증하고 있어 법제정이 시급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권 청장은 우리나라도 시급히 체외수정에 관한 법을 제정,체외수정의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체외수정의 목적·시술대상자·시술기관 등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시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시안에 따르면 우선 체외수정시술대상자는 자녀출산을 목적으로 하는 부부 또는 사실상의 부부에게로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는 것이다.
권 청장은 정자나 난자의 제공자 가운데 어느 한쪽이 부부가 아닌 비배우자간의 체외수정의 경우는 민법상 친족관계가 아닌 경우에 한해 보사부장관의 허가를 얻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대리모에 의한 출산은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며칠 전 신문 외신면의 화제가 됐던 딸과 사위의 수정란을 대리 임신한 미국의 할머니 대리모 알레트 슈와이츠 여인(42)과 같은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체외수정 시술기관은 일정한 인력·시설 등을 갖추고 보사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기관에 한정하고 시술자는 의사면허 소지자 등으로 역시 보건사회부 장관의 허가를 얻은 사람에 한정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안은 또 ▲체외수정 목적으로 채취된 정자·난자의 매매 ▲남녀구분 출산 ▲배출자의 동의없이 정자나 난자를 이용,체외수정을 시도하는 행위 ▲인위적인 유전자조작 ▲다른 사람과 똑같은 유전인자를 갖도록 수정란을 조작하는 행위 ▲사람과 동물의 잡종생산 등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 이 시안에서는 체외수정시술 및 체외수정시술기관 등의 허가와 취소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보건사회부 장관 소속으로 9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체외수정위원회를 설치토록 하고 있다.<김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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