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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벌 4000원 … '교복은행'도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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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송파구청이 운영하는 교복은행에서 학부모와 학생이 재활용 교복을 입어 보고 있다. [사진=변선구 기자]

"단돈 4000원에 교복 마련하세요."

서울 방이동 송파구청 앞 네거리의 지하보도에는 특이한 은행이 하나 있다. 34㎡(10여 평)로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깨끗이 세탁된 교복 400여 점이 가지런히 걸려 있다. 교복 물려 입기 운동을 펼치는 송파구청에서 운영하는 '교복은행'이다.

은행은 설연휴가 끝나면 대목을 맞는다. 이번 주에 중.고교가 졸업식을 하고, 다음주에 상급 학교 진학생들이 학교를 배정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벌써 방문객의 발걸음이 잦다. 하루 20여 명이 찾아오고, 문의 전화도 하루 100통 넘게 걸려온다. 미리 교복을 확보하려는 부지런한 학부모들이다.

올봄에 첫딸을 고등학교에 보내는 전문석(47.건축업.서울 송파구 풍납동)씨도 딸이 배정될 게 확실시되는 여고의 교복 하나를 '찜'했다.

"수십만원짜리 교복을 1, 2년 입고 버리는 건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선배가 입던 옷을 물려받으면 딸아이가 절약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우리 딸이 입던 중학교 교복도 깨끗이 빨아 기증하려 합니다."

지나치게 높은 교복값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자치단체들의 교복 물려 입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교복은행에선 셔츠.블라우스.바지.치마.재킷이 한 점에 1000원씩이다. 교복 한 세트를 4000원이면 마련할 수 있다. 졸업생이나 옷이 작아져 못 입게 된 학생들에게서 헌 교복을 기증받아 세탁.다림질 비용만 받고 판다. 작은 교복을 가지고 와서 공짜로 큰 것으로 바꿔 갈 수도 있다. 송파구 관계자는 "교복 물려 입기 운동이 턱없이 비싼 교복값의 거품을 빼는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문을 연 교복은행에 기증품도 해마다 늘고 있다. 첫해 528점에서 2005년엔 641점이 들어오더니, 지난해에는 1800점을 넘어섰다. 지난해 이곳에서 팔린 교복이 977점, 헌옷과 바꿔 간 교복이 243점이다.

은행이 번창하게 된 데는 학교들의 도움이 컸다. 대표적인 예가 6일 졸업식을 치른 방산중학교다. 학교 측은 이날 졸업생들에게 특별 당부를 했다. 학생들이 9일 고교 배정 통지를 받기 위해 모교에 오는데, 그때 "교복을 학교에 선물해 달라"고 한 것이다. 이 학교는 지난해에도 바지.치마 등 300점을 기증했다. 이외에 세 곳의 학교가 '송파구발 교복 혁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7일부터는 '엄마의 힘'이 더해진다. 송파구에 살며 고교 1학년 자녀를 둔 엄마 50명이 하루 2명씩 번갈아 교복은행 '1일 행원'이 되기 때문이다. 송파구자원봉사센터에서 활동하는 엄마들이다. 이들 중에는 실제로 교복은행을 이용해 본 이도 상당수다. 이수연(45.서울 방이동)씨는 "큰애의 교복 재킷을 은행에서 두 벌 샀는데, 지금은 둘째가 물려 입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엄마들이 똘똘 뭉쳐 학교 측에 교복 기증을 적극 유도할 생각"이라고 했다. 문의 송파구 교복은행 02-410-3618.

이 밖에 금천구도 2, 3월 두 달간 '금빛복지회'의 판매장에서 '교복 나누기 행사'를 열고 있다(02-807-7555). 양천구는 23~24일 구청 대강당에서 '교복 및 학생용품 교환장터'를 연다(02-2650-3376).

글=성시윤 기자<copipi@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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