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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안내방송까지 하는 '보일러 점검 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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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래서 점검을 맡겼다. 그들은 다른 가정도 모두 점검을 했으며 타 업체에 맡길 경우 점검비로 9만원은 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한 것이라곤 보일러실에 몇 번 드나들며 불순물이 끼었다고 밸브에서 물을 조금 빼고, 정체 불명의 약품을 타는 것이 전부였다. 10분도 채 안 되는 형식적인 점검을 한 후 점검비로 5만5000원을 받고 돌아갔다.

나는 찜찜한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곧바로 관리실에 전화해 알아보니 관리실에서는 어떤 업체인지, 무엇을 점검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제야 속은 것을 알고 업체에 전화하니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마음대로 해보라고 배짱을 부리는 것이었다. 다른 가정이 모두 점검을 받았고, 타 업체에서는 점검비가 9만원이나 한다는 것 모두 거짓말이었다.

물론 사기업체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방송을 허락한 관리실이나 무심코 점검을 맡긴 내게도 잘못이 있지만, 오늘도 어느 아파트 단지를 방문하며 비슷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들 각별한 주의가 있어야겠다.

신재현 경기도 고양시 덕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