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관광지 개발 '용두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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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 지정 후 15년째 미뤄오던 충남 천안의 용연(龍淵)관광지 개발 계획이 백지화될 전망이다. 천안시는 올해 행정사무감사 자료에서 "사업 희망자가 자금조달 계획을 미흡하게 짜고 보완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더 이상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사실상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시는 내년 초 학술용역을 거쳐 목천읍 교촌.서흥리 일대 8만여평에 대한 관광지 지정 해제를 충남도에 신청할 방침이다.

또 태조산 기슭의 각원사 관광지 개발 사업도 사업 시행자의 자금 부족으로 지지부진한 2단계 개발을 중단하고 관광지 구역을 축소해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결국 천안시가 7~15년 전부터 추진했던 민자유치 3대 관광지 개발사업 중 중단 5년 만에 재추진 중인 천안온천관광지를 제외한 2곳이 도중 하차하거나 사업 규모가 축소됐다. 이 바람에 두 지역의 주민들만 10여년간 자기 땅에 집을 못짓는 등 재산권 행사에 있어 제약을 받아 왔다.

◇ 처음부터 삐걱거린 용연관광지=천안시는 1987년 개관한 독립기념관으로 몰려드는 관람객을 붙잡기 위해 이듬해 민자를 유치해 용연저수지 주변에 문화.위락시설을 갖춘 관광지를 조성할 계획를 세웠다.그후 4년여에 걸쳐 국비.시비 등 27억원을 투입, 진입 도로와 주차장.야영장 등 일부 기반시설을 조성했다. 그러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민자 유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급해진 시는 국내 레저 및 건설관련 기업 50곳에 안내서를 발송했으나 모두 허사였다.

2001년에는 감사원으로부터 장기 미개발에 따른 민원 증가로 관광지 지정 해제를 권고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문화예술인들이 주축이 된 용연관광지개발 추진위원회가 4백23억원을 들여 미술관을 비롯한 박물관.공방.야외공연장.호텔 등을 갖춘 종합문화예술단지로 조성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반가운(?) 제안에 시는 이들의 사업 계획을 돕기 위해 관광지 구역을 일부 조정하는 국토이용계획변경 신청까지 냈다. 하지만 추진위는 위원 30명을 통한 투자비 조성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 착수를 미루면서 관광지 면적 66%인 5만3천평을 호텔.콘도.상가.운동시설 용지로 분양해 투자비 절반 이상(2백34억)을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후 전체 투자비는 줄이고 은행 융자를 늘리는 등 불안한 행보가 이어졌다.

시 관계자는 "추진위가 평당 조성비를 20만원선으로 잡는 등 사업비를 턱없이 낮게 잡아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더 이상 주민들 재산권을 제한할 수 없어 관광지 해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10여년간 고통을 겪었던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교천.서흥리 주민들은 건축 행위가 원천적으로 봉쇄됐고 집을 팔고 이사가려 해도 건축이 금지된 땅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했다.

주민 이모(57.목천읍 교촌리)씨는 "사업성이 없으면 일찍 해제할 일이지 15년씩이나 끈 이유가 뭐냐"며 "주먹구구식 관광지 사업에 주민들 피해만 컸다"고 말했다. 관광지 구역 주민들은 건물 신.개축은 물론,축사.창고 등 농가 시설도 지을 수 없었다 .

한편 이 과정에 산림을 훼손한 도로만 개통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지난 7월 개통한 유량로(5km)가 태조산을 관통하며 용연관광지와 독립기념관을 연결하는 관광도로 명목으로 개설됐다.관광지 개발이 취소되고 내년 천안~병천 고속화도로가 개통되면 당초의 개설 필요성은 사라지고 오히려 관광지 지정이 해제된 후 이 도로가 이 일대 난개발을 불러온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절반의 성공'각원사 관광지=동양 최대 청동좌불상이 있는 각원사의 사하촌. 90년 2만5천평이 관광지로 지정돼 도로를 내고 주차장을 만들어 상가.여관 등은 유치했으나 호텔.스포츠센터.민속박물관 등 대규모 투자는 10여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내년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통해 관광지 절반(1만평)의 개발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다행히 외환위기 이후 난항을 겪던 천안온천 개발사업은 되살아 났다. 사업 주체인 고려개발이 올해 초 재추진을 결정, 기반공사가 한창 진행 중으로 2005년까지 부지 조성이 완료되면 호텔.콘도 부지가 분양될 예정이다. 워터파크 및 종합온천장 등 주 시설물은 고려개발에서 직접 지어 운영할 계획이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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