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편모 가정에 따뜻한 보금자리 제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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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6일 오후 대구시 동구 용계동의 주택가에서는 '요크빌'이라는 신축 빌라의 입주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이날 행사에선 김달웅 경북대 총장 등 지역 교육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고, 신상철 대구시교육감이 윤덕홍 교육부총리를 대신해 격려사를 낭독했다. 평범해 보이는 2동(19평형 19가구.원룸형 3가구)짜리 빌라 입주식에 교육계 인사들이 참석한 것은 '요크빌'이 한 노(老) 교수의 이웃사랑이 이뤄낸 결실이기 때문이다.

'요크빌'은 이혼 등으로 인해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홀어머니 가정'에 무상으로 제공되는 보금자리다. 1년4개월여의 노력 끝에 이 '한국판 해비탯(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완성시킨 사람은 2001년 경북대를 정년퇴임한 김동신(67)농업생명과학대 동물공학과 명예교수.

金교수는 이날 "이혼이 급증하는 가운데 생활력이 약한 어머니와 청소년기의 자녀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이 안타까워 집을 짓게 됐다"고 빌라 건축 이유를 밝혔다. 건축에 필요한 모든 돈은 퇴직금과 적금 등 사재를 끌어모아 만든 10억원으로 충당했다.

金교수는 건축 과정에서도 정성을 쏟았다. 우선 어려운 환경에 놓인 청소년들의 정서적인 면을 배려, 건축 장소를 일부러 강변으로 정했다. 입주 여성들과 자녀들의 모임을 위한 강당도 마련했다. 집 이름 '요크(Yoke.멍에)'는 성서에서 따온 것으로 '서로 삶의 멍에를 나누어 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무상으로 거주하는 조건으로 이날 입주한 20가구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녀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무주택 편모가정이다. 이들 가구는 대구지역 초.중.고교의 추천을 받아 선정됐다. 입주가구 자녀 중에 포함된 대학생 4명은 다른 청소년들의 학업을 지도할 예정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이미 1980년대 초부터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에서 장애인이나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자선단체 '멍에의 집'을 이끌어 오고 있는 金교수는 "나이가 일흔에 가까워 오늘 입주한 아이들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다른 이들도 이런 집들을 더 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멍에의 집'은 경북대 교수들을 포함해 5백여명의 회원들로부터 성금을 받아 어려운 이들에게 매달 쌀과 부식을 지원해 주고 있다.

대구=정기환 기자<einbaum@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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