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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 「영동개발」 채권 4백67억 회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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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압류 역삼동 땅 국세청 패소로 담보권 되살아나
떼인 줄만 알았던 돈을 받게 되면 공돈이 생긴양 즐겁게 마련이다.
조흥은행이 최근 4백67억원이라는 거금을 받아쥐고는 무척 다행스러워하고 있다.
이 돈은 83년 9월 영동진흥개발사건(조흥은행이 1천7백억원 규모의 영동개발 어음을 불법으로 지급보증해 준 금융사고)때 조흥은행이 담보로 잡아놓았던 땅을 처분한 대금이다.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인 역삼동 반도유스호스텔옆 1천4백여평의 이 땅은 하마터면 국세청 몫이 될 뻔했다.
영동사건이 터지자 국세청이 영동개발 및 그 소유주인 이복례씨(72·여·15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중 작년 4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남)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조세채권확보를 위해 이 땅을 압류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세청이 이씨에게 1백36억원의 소득세를 추징키로 결정한 것에 대해 이씨가 불복,소송을 제기한 것이 89년 4월 대법원에서 국세청이 패소함으로써 국세청의 압류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조흥은행의 담보권이 되살아난 것이다.
이후 조흥은행은 땅값이 더 오를 것을 기다려 작년 9월 경매에 착수,12월5일 4백97억원에 이 땅을 매각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전혀 예기치 않은 문제가 또하나 생겼다. 경매에서 제일 높은 가격을 써내 이땅을 사게된 경락인(한조기업·아주파이프)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자신이 제시한 금액이 시세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소송을 낸 이유였다.
채무자나 경매물건 소유자가 경락허가결정에 이의가 있을때는 경락대금의 10%를 공탁하고 소송을 제기해야 하나 경락인은 이같은 공탁없이 소송을 마음대로 낼 수 있는 현행 민사소송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경락인들은 대금납부를 지연할 목적으로 이같은 항고소송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이의없다는 법원판결을 다시 받고는 지난달 26일 이 대금을 조흥은행측에 지급했다.
소송을 낸 것만으로 경락인들은 4백97억원의 돈을 7개월이상 늦게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조흥은행측은 이같은 제도적 허점이 결과적으로 경락인들에게 소송기간중의 땅값상승 이득까지 보장,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7개월간 이 땅값이 20억원 올랐다면 경락인들이 대금을 지급한후 이 땅을 곧 되팔 경우 20억원을 앉아서 벌수 있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조흥은행은 경락대금 4백97억원중 이땅에 직접 관련된 세금(재산세 및 토지초과이득세) 30억원은 국세청에 주고 나머지 4백67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로써 조흥은행이 영동개발사건에서 물린 돈은 그만큼 줄게 되었으나 나머지 6백90억원의 부실채권은 여전히 골칫덩어리로 남아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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