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재배치 한·미 갈등 탓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전 세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재배치 논의를 시작한다고 성명을 발표한 25일 백악관 국가안보리의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는 이 관계자가 특파원단에 먼저 연락해와 마련됐다. 부시 대통령의 성명 내용을 설명해 주겠다는 취지였다.

미군 재배치가 이뤄지면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지역 중 하나가 한국이다. 또 워싱턴 타임스는 "미국은 주한미군 일부를 빼내 이라크에 배치할 것이며 한국 내 유엔사령부 해체가 검토되고 있다"고 24일자로 보도했다.

<그래픽 크게보기>

이라크 파병 문제로 한.미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점까지 고려하면 부시 대통령의 발표는 한국 내에서 적지 않은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백악관은 그것을 가장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측은 "주한미군의 위상에 변화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전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해외주둔 미군 재조정의 일환"임을 적극 강조했다.

또 ▶재조정 이후 미군의 전력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며▶한국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논의해왔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워싱턴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동두천의 주한 미 2사단의 후방 이전계획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전체 해외주둔 미군의 재조정 계획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므로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에 대해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한.미 간의 갈등 때문이 아니라는 게 이날 간담회에서 백악관 측이 가장 강조한 대목이다.

다음은 백악관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결국 주한미군은 감축되는 것인가.

"병력조정과 지역 등 구체적인 방안이 검토된 것은 아니다. 해외주둔군을 전 세계적 차원에서 어떻게 할지 검토하는 것이다."

-주한미군 병력의 일부를 빼내 이라크로 보낼 것인가.

"해외주둔군 재조정은 이라크 내에서의 병력운용 계획과는 상관없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한다면 한국도 주요한 지역이다. 미국의 이해와도 직결돼 있다. 따라서 이라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한국의 중요성은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 내 유엔사령부를 해체하나.

"수많은 제안이 르네상스 시대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중 어떤 제안이 (외부의)위협에 가장 적절하게 대처할 방안인지는 최종적으로 부시 대통령과 盧대통령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2년간은 미군을 철수하지 않는다고 한.미 간에 합의된 게 아닌가.

"그런 합의는 없었다."

-한국이 3천명만을 이라크에 파병하는 데 동의하는가.

"파병 숫자는 정확히 결정된 게 아니고, 논의 중이라고 들었다. 국회와의 협의를 거치고, 국가이익과 동맹관계, 한국의 국제적 지위 등은 물론 중동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협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盧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다. 중요한 건 한국의 국익이고 우리가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는 게 아니다. 한국은 군사능력과 신뢰도가 있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군이 안정화 작전에 참여하라는 것 아닌가.

"한국군은 스스로 안전유지 능력이 있다고 본다."

-6자회담은 언제 열리나.

"12월 중순에 열기로 5개국은 동의했지만 북한이 문제다."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은 어떻게 해주나.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의 형태는 아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