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엔 첫대상…꿈만 같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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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의 한 여성이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서도전의 하나인 매일서도전(매일신문·매일서도회주최) 각자(서각)부문에서 최고상인 매이상을 수상해 화제다. 수상자는 지난 84년 일본으로 유학, 지금은 동경학예대학대학원 미술교육학과에서 서예를 전공하고 있는 박윤정씨 (35)로 지난달 8∼18일 일본 동경도미술관에서 열린 제43회 매일서도전에서 외국인으로서는 첫 대상 수상자가 됐다.
『지난해 매일서도전 첫출품에 수작상, 올해엔 대상이라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노력하겠습니다.』
각자란 목판위에 끌로 글자를 새기는 서예의 한 분야로 수상작품은『반야심경』2백76자를 같은 수의 연꽃송이와 함께 새긴 섬세함으로 심사위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번 출품을 위해 하루10시간씩 1백일간 작업했다는 그는『작업중 끌에 손을 다쳐 혼자 눈물을 흘린 일도 많았다』면서 그때마다 경문을 외며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국민학교때 한학을 하던 할아버지의 서재에서 옛 각서본을 발견하고 왠지 관심이 끌리게 된 것이 각자인생을 시작하게 된 동기다.
대구출신으로 경북여고를 졸업하고 경북대 국문과를 다니며 혼자 각서를 연구하던 그는 서울로 올라와 본격작업을 시작, 81년에는 한국각서협회를 창립해 지금까지 부회장을 맡고있다.
84년 도일한 그는 아세아대학을 거쳐 현재의 대학원에 다니기까지 7년동안 한국문화원등에서 세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일본 문화청 주최 동경서작전에서 대상인 동경신문상 수상, 일본 각자전에서 특별상 수상등의 경력이 있으며 지난 3월부터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각자전의 심사위원이 됐다.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 돌아와 있는 그는 작업에만 매달려 아직 미호하지만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결혼할 생각이라고.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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