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관리,보사부는 뭘하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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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외국에서는 이미 사용이 금지됐거나 엄격한 규제를 받는 의약품 성분이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아무 제한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그 종류가 한두가지에 그치지 않고 무려 37가지 성분이 국내 1백24개 제약회사제품 2백98개 의약품에 사용됐으며,이들 성분이 대부분 백혈구의 손상과 발암성 또는 쇼크 등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들이어서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가증스런 것은 이들 일부 제약회사들이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이 주체가 된 다국적 기업들로 본국에서는 사용을 금지해놓고 자회사인 한국내 제약회사에서는 사용토록 해서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 부도덕한 상행위다.
더욱 한심스러운 일은 이러한 위해 약품 성분의 사용사실을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소비자단체가 적발해 냈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라는 민간단체가 각국에서 사용이 규제된 의약품 성분 2백74종을 수록한 최근의 「유엔통합자료」를 검토한 결과 발견해낸 것이다.
국민건강과 직결된 의약품에 대한 감독·감시기능이 부여된 보사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의약품에 관련된 여러가지 형태의 위법·불법사례는 어제 오늘의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외국 또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새로 개발한 의약품이 국민을 모르모트로 삼아 임상실험대상으로 이용했는가 하면,성분만 약간 바꾸어 가격을 엄청나게 올려받아 폭리를 취하는 수법,의사와 약품업자간의 납품을 둘러싼 뒷거래,과장광고 등 부정과 비리가 계속돼 왔던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 국민의 의약품 오·남용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을 정도다. 약품구입자의 절반이상이 스스로 처방을 내리고 약사와 상의 없이 약을 구입하며,약의 효능이나 부작용을 개의치 않고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을 찾는 사람이 대다수라는 여론조사 결과다. 이처럼 의약품에 대해 무모하고 맹신적인 국민들을 위해한 의약품에 무방비로 노출시킨다는 것은 국민건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동남아와 중동 등 일부 국가에서 조직적으로 가짜 의약품을 만들고 세계적인 유명제약회사의 상표를 붙여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에까지 범죄조직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는 외지보도도 있었다. 정부의 의약품에 대한 안전관리가 그 어느때 보다 더 요망되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에는 「의약품 부작용 정보수집등에 관한 규정」이 있고,이를 관리하는 전담반이 있으며,의약품 안정대책위원회와 모니터링 기관이 있는 줄 안다. 이들 제도와 기관의 기능을 보완하고 보다 활성화시켜 국민들을 이러한 부정·불량 의약품의 화로부터 보호하는데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 시장과 거리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정체모를 각종 외국산 의약품들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국민들도 약품에 대한 맹신과 무모한 오·남용으로 인한 약화를 입지 않도록 하는 각성과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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