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점 의혹도 없는 「오대양」 수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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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87년8월 「한국판 인민사원사건」이라 불리는 오대양 집단변사사건은 그 참혹함과 충격이 온 나라에 가득했으나 당시 경찰은 원인과 배후를 철저히 가리지 못한 채 서둘러 수사를 종결,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물리지 않은 채 4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검찰수사가 진행되고있고 박찬종의원의 용기에 찬 폭로와 언론사 취재기자들의 끈질긴 추적으로 그 일단이 밝혀지고 있다.
종교적 신념을 기반으로 한 고금리사채모금, 송재화여인을 통한 주식회사 세모로의 사채유입여부, 유병언씨와 권신찬목사 주도로 만들어진 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실체 등이 국민적 관심속에 수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오대양 집단변사사건과 세모와의 직접적 관련여부, 구원파의 종교적 이단성 여부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세모의 대표자이자 실제적인 구원파 교주라 할 수 있는 우병언씨는 『모른다』 『관계없다』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회사직원과 구원파 신도들을 동원, 국회의원·제보자들을 협박해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확인된 증거들만을 살펴보더라도 유병언씨는 더 이상 진실을 은폐할 수 없으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조금도 사실을 감추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대양과 세모와의 자금거래 관계, 박순자씨를 비롯한 오대양 집단변사사건과 구원파와의 관계, 송재화씨의 소재 등에 대해 남김없이 밝혀야 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것을 스스로 밝히지 않을 경우 구원파는 더욱 더 이단으로 배척받을 것이며 국민적 지탄으로 세모의 기업이미지는 크게 손상될 것이다.
한편 검찰에서도 지난 87년의 「수사조기종결」이라는 우를 반성하고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 기회에 오대양사건과 세모, 구원파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고 나아가 세모로 유입된 자금의 일부를 유병언씨가 정당에 기부했다는 부분을 포함한 모든 사실을 밝혀 국민적 의혹을 풀고 사회적 불안요소를 제거하는 사정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김기식<서울 동작구 흑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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