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바람 피웠지" 도롱뇽 질투 못말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4면

징그러워 보이기만 하는 양서류인 도롱뇽(사진) 암컷이 바람 피우는 수컷에게 질투를 하고 공격까지 한다는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네이처온라인 최근호에 미 루이지애나대(라파예트 소재) 이슨 프로센 생태행동학 교수팀이 발표한 내용이다.

다른 생물들처럼 도롱뇽도 수컷이 다른 수컷과 짝짓기를 한 암컷을 공격하고 때린다는 사실은 그동안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루이지아나대 연구팀은 수컷과 몸 크기가 비슷한 암컷이 과연 수컷의 이런 행동을 그냥 참아줄 것인가에 의문을 가졌다.

연구팀은 이에 이미 짝을 지은 야생 붉은등 도롱뇽 커플들을 잡아 일부 수컷은 다른 암컷과 짝짓기를 하게 만들고, 일부 수컷은 이미 짝지은 암컷과 함께 있도록 내버려두고 반응을 관찰했다. 그 결과, 다른 암컷과 짝짓기를 한 수컷이 원래 짝인 암컷에게 돌아오면 암컷이 무섭게 화를 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몸 크기를 더 크고 위협적으로 보이게 자세를 취했으며, 일부 암컷 도롱뇽은 수컷을 물고 때리기까지 했다.

"마치 바람 피운 남편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부인을 보는 것 같았다"고 프로센 교수는 말한다.

암컷들은 수컷에 묻은 다른 암컷의 페로몬으로 바람 피운 사실을 알아내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마치 부인들이 남편 와이셔츠에 묻은 립스틱으로 바람 피운 사실을 알아내 추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암컷 붉은등 도롱뇽들은 자신의 구역에 침범한 다른 암컷들에게 매우 호전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연구팀은 처음에는 바람을 피운 수컷이 '혼나는' 이유가 다른 암컷의 페로몬 냄새를 너무 많이 풍겨 다른 암컷으로 오인받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다른 암컷의 페로몬 냄새를 풍기더라도 자신의 짝이 아닌 낯선 수컷 도롱뇽에겐 바람 피운 짝꿍에게 보이는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컷 도롱뇽들은 포유류와는 달리 새끼들을 돌보고 키우지 않는다. 따라서 왜 암컷들이 수컷들에게 일부일처제를 강제해 계속 곁에 남아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가장 그럴듯한 것은 혹 바람 피운 수컷이 다른 암컷을 자신의 구역에 데려와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것을 염려한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과학자들은 "매우 도발적인 연구결과"라며 "생태계에서 바람 피운 수컷에게 응징을 가하는 암컷은 인간을 빼고는 붉은등 도롱뇽이 유일하다"고 놀라워하고 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