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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붕괴에 정신이“흔들”/소 국민 종교에 눈뜬다(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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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덕적 권위 가진 유일한 기관”/러시아정교회 대부흥/서방 여러 종파도 포교에 한창
지난 70여년동안 소련인들의 정신생활의 근간이었던 공산주의 이념이 페레스트로이카정책 실시이후 붕괴된 가운데 이념적 공백과 사회적 혼란에 시달리고 있는 소련사람들이 최근 종교생활에서 정신적인 위안을 얻으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참배객들의 발길이 뜸했던 과거 종교 지도자들의 무덤이나 종교적 유적지들이 늘어나는 참배객들과 신도들로 붐비고 있으며 러시아 정교회를 중심으로 한 종교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레닌그라드 소재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의 수석사제 블라디미르소로킨씨는 『교회는 현재 소련사회에서 도덕적 권위를 갖고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많은 소련인들은 그들이 의지할 곳은 교회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소련인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공산주의 이념 및 공산당과 공산당 외곽조직 등은 날이 갈수록 권위와 영향력·인원 등이 줄어들고 있으나 정교회의 신도나 활동,도덕적 권위 등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이후 정부당국에 몰수되었던 약 7천개에 달하는 교회건물들이 정교회 소속 재산으로 환원되었으며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은 러시아공화국 영내의 러시아 정교회재산을 반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정교회 당국은 지난 10월 현재 러시아정교회가 1만1천9백40개의 교구를 거느리게 됐으며 이중 1천8백40개가 작년 1월부터 9월 사이에 문을 연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레닌그라드 교외의 한 교도소에서는 죄수들이 노동수당과 헌금 등을 모아 새 교회를 세우기도 했다. 정부당국도 시대의 추세를 반영이라도 하듯 작년 10월 종교금지법을 폐지했으며 각 지방공화국의 자체결정으로 종교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소련내 각 공화국에서는 여러 종교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몇몇 서방종교기관들은 대 소련 포교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러시아정교회도 최근들어 수도사 양성기관을 부흥시키는 한편 정부를 상대로 과거 교회재산이었던 건물 등의 반환을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서는등 목소리와 영향력을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 신학교수인 리처드 루빈스타인 교수는 오늘날 동유럽국가에서 종교가 부흥하는 이유에 대해 색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
루빈스타인 교수는 소련 및 동유럽국가에서 종교가 도덕적 권위를 갖고 있는 유일한 기관이라는 데에는 동의를 표시하고 있다. 그는 현재 소련 및 동유럽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종교의 부흥은 단순히 이들 종교기관이 도덕적 권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 종교기관이 변화된 사회상황 속에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생활지침과 도덕적 정당성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국가이데올로기인 공산주의 이념이 자본의 축적을 죄악시했던 소련과 동유럽에서 붕괴한후 이들 국가의 탈공산주의 작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 자본주의를 도덕적으로 뒷받침해주었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같은 기능을 수행해줄 종교의 역할이 필요해졌다는 주장이다.<김석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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