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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잘 하는 우리아이 이유가 뭘까?

중앙일보

입력

#사례1=맞벌이 부부 김철수(가명,36세)씨는 6살짜리 남자 아이를 늦은 퇴근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갈수 있도록 유치원이 끝나면 늦게까지 아이를 맡아주는 태권도, 미술, 피아노 학원을 번갈아 보내고 있다.

몇 일 전, 어디서 배웠는지 입에 담기 힘든 욕들을 혼자서 중얼거리며 놀고 있는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사례2=6살짜리와 두 살 터울인 4살짜리 딸아이를 키우는 이선경(가명,40세)씨는 방음이 잘 안 되는 아파트에 살다 보니 조금만 아이들이 뛰어도 아래층에서 심한 항의를 받는 지라 아이들을 항상 조심시키기 위해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주의를 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형을 서로 갖고 놀겠다며 다투던 두 딸아이 입에서 욕이 서슴없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러한 학령전 아이들에 욕하는 원인을 과도한 사교육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매일 같은 잔소리와 훈육에서 오는 부모와의 부정적인 관계에서 기인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모들을 당황케 하는 욕하는 아이들을 볼 때 상황 자체에 대한 놀램과 동시에 어디서 저런 욕을 배웠을까 하는 의문이 앞서게 마련이다.

누가 들을까 민망할 정도로 수위를 넘은 듯한 욕을 할 때는 뜻을 모른 채 재미삼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이의 정서상태가 어떠한지를 파악해야 하는 시기로써 아이들에게 절대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혼자서 욕을 중얼거리던 아이들이 부모와의 대화 중에 욕을 함께 섞어서 표현한다는 것은 일종의 반항일 수도 있고 의사표시 방법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부모가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아이들이 욕을 하는 대상이 같은 또래가 아닌 부모이거나 욕 이외에 반말까지 사용하고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양상을 보인다면 현 양육태도에 문제 있는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

건양대학교병원 소아정신과 박진균 교수는 “미운 세 살이라는 말처럼 18개월에서 36개월 사이의 유아들과 5세와 6세 학령전기 아이들이 반항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성장 발달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교수는 “사회적 추세가 아이를 적게 낳고, 교육에 집중 적인 투자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교육이 늘어나는 가운데 5~6세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욕이란 것을 아이들 자신의 정서상태에 대한 의사표현의 한 방법으로 사용하게된다”고 설명했다.

욕은 과도한 교육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아이 자신의 생활에 대한 거부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박교수는 "이러한 아이들의 훈육은 욕을 할 때 덩달아 화를 내거나 흥분을 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므로 차분히 이유를 설명하고 인내심을 갖고 아이를 설득시켜야 하며, 보다 근본적인 접근 방법으로써 아이 스스로 정서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부모가 함께 놀아주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욕을 사용하는 것은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때에도 사용될 수 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이문수 교수는 “아이들이 부모와의 관계가 안 좋으면 욕이라는 것도 자연스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화 중에 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이를 제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특히 위 사례처럼 끊임 없는 잔소리와 짜증스런 대화는 아이들과의 긍정적 관계 형성에 큰 장애가 된다는 것.

이교수는 “부모와의 부정적인 관계에 있는 아이들에 욕을 예방하기 위해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부모의 심리상태를 예측가능 할 수 있도록 행동을 취해야 하며, 욕의 사용유무에 따라 적절하게 보상하거나 벌을 주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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