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호신술로 휴가철 치한퇴치"|「10기」개발 무료보급 나선 합기도 8단 원유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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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더위에 지쳐 옷을 훌훌 벗어 던지는 노출의 계절이다. 특히 여성들은 노출이 많은 만큼 성폭력의 위험에도 쉽게 노출된다.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강·바다·산 등에서 힘에서 남성보다 열세일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치한들에게는 우선적인 공격대상이 되기 쉽다.
따라서 여성들은 치한들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호신술을 배워둠직 하다. 그러나 호신술을 익힌다해도 기술이 어려우면 위급한 상황에서 써먹기란 그리 쉽지 않다.
원유휸씨(38·둥근 힘 합기도관장)는 여름철 여성들을 위협하는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호신술 10기를 개발, 무료 보급에 나서고 있다.
합기도 8단, 태권도 3단, 쿵후 7단에다 기공법까지 구사하는 원씨는 지난 18일부터, 서울만리동 구 양정고 자리에 있는 손기정 기념관에서 중·고·대 여학생 및 주부들을 대상으로 매주 화·목요일 1시간씩 YMCA에서 실시하는 여성호신술 강좌에 자원봉사로 출장하고 있다.
원씨는 86년부터 성폭행사례를 수집, 남성들이 여성들을 공격하는 10가지 패턴을 분석해 상황에 맞춰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호신술을 나름대로 개발해냈다.
원씨가 개발한 기술은 동작이 쉬워 여성들도 금방 배울 수 있고 실제상황에서 충분히 응용이 가능하다. 또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하기 때문에 힘이 약한 여성이라도 기술 구사가 쉬운 게 특징이다.
예컨대 치한이 뒤에서 두 팔로 허리나 가슴을 끌어안을 경우 팔을 떼려고 해도 상대방의 힘이 팔에 집중돼 있어 여성의 힘으로는 힘들다. 이 때는 군밤주먹을 쥐고 상대방의 손등을 힘껏 찌르듯 가격하면 전신의 맥이 풀리면서 팔을 풀게된다.
또 상대의 힘에 의해 넘어졌을 경우 체념하지 말고 두 손을 땅에 짚고 무릎을 세우고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같이 돌아주다 상대가 달려들면 남성·정강이·명치 등 급소를 발끝으로 세차게 찬다.
이밖에도 소지품으로 간단히 급소를 침으로써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방법도 가르치고 있다. 물론 원씨가 개발한 호신술은 순간적인 위기를 모면하는데 있을 뿐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는 것은 아니다. 방어에 이어 공격으로까지의 기술은 오랜 기간 숙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씨는『무엇보다 여성 스스로가 성폭력을 예방하는 지혜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덥더라도 노출을 가급적 작게 하고 밤늦게 혼자 으슥한 곳을 지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86년부터 각 기업체·사회단체·학교 등에서 요청한 호신술강좌에 나가 강의해온 원씨는 올해부터 YMCA 무료강좌를 계기로 적당한 장소를 물색,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호신술 무료강습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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